외국인과 친구되기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꼭 오고 싶던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많게는 몇 천만원씩 부모님께 지원받아 꿈에 그리던 교환학생을 가는 대학생 친구들,
인생의 새 막을 써보고자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학생분들,
그리고 유학을 꿈꾸던 나.
모두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두터운 친분을 쌓는 로망을 가지고들 떠난다.
그리고 나는 홍콩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아 그 로망을 실현했다.
넓은 캠퍼스에 발을 들이고 대학 강의에 익숙해져갈 때쯤, 독일인 친구 나딘을 줌 수업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나 나나 기숙사 입주 전 잠시 머물 숙소에 룸메이트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나는 바퀴벌레와의 동침을 피하기 위해 덥석 기회를 잡았다.
홍콩 Sheung Wan 지역에 있는 조금 비싼 호텔이었다. 호텔 로비에 와서 실물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나딘을 처음 보게 되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나딘과 노란색 꽃무늬 원피스, 상한 듯한 금발 긴머리 그리고 여리여리한 몸. 나딘의 첫인상이 정말 좋았고 나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흔히 "독일인" 하면 가지고 있는 선입견 중에는 무뚝뚝하고 표정 없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건 맞다. 지금까지 친해져본 독일인 친구 3명의 작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그들은 겉으로는 상당히 딱딱하다.
하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사려깊다.
나딘과 함께한 약 일주일동안의 룸메 생활은 나에게도, 나딘에게도 새로운 홍콩 탐색 기간이었다. 교환학생으로 홍콩에 온 나딘은 앞으로 4년을 홍콩에서 지낼 나에 비해 조급해했다.
가고싶은 곳도 많고,
매일매일 계획을 세워두고,
먹어보고 싶은 것도 많더라. (채식주의자여서 메뉴고르는 데에 항상 진땀을 빼긴 했다!)
하지만 덕분에 일주일간 홍콩을 속성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유명하다는 스탠리 비치도 가보고, 좋아하지도 않는 하이킹도 하면서.
독일어 억양이 엄청 강하면서 영어를 랩하듯이 빠르게 하는 나딘과 계속 붙어다니며 영어도 빨리 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는 외국인과 해외 생활에 대한 어색함을 허물어갔다.
오늘 춘천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와서 몸이 뻐근하니 휴식을 청한 뒤 계속 써내려가야겠다.
흐르는 강물과 같이, 때로는 이어지고 때로는 갈라지는 형태로 연재를 할 예정이니 저의 구독자가 되어 꾸준히 읽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