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거운 고리 Aug 22. 2022

장미허브


      우리 집 베란다에는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큰 화분도 있고, 작은 화분도 있는데 귀엽고 앙증맞은 다육이들이 종류별로 나란히 있다. 모두 다 예쁘지만 그중 잎을 문지르면 허브향이 나는 장미허브를 특히 좋아한다.


장미허브를 처음 만난 것은 몇 년 전 동료들과 함께 갔던 식물원 카페에서였다. 친한 동료 선생님이 작은 화분을 보며 잎을 만져보라고 했을 때가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코를 갖다 대어도 아무런 향이 나지 않는 작은 식물이었는데 글쎄 잎을 문질렀더니 정말 기분 좋은 허브향이 나서 깜짝 놀라 당장 그 장미허브를 사들고 집에 왔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키우는데 소질이 없는 나의 관심사에서 장미허브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고, 엄마가 내 방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발견하셨을 때 이 불쌍한 생명체는 말라비틀어진 채로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다. 이후로 장미허브는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앞 베란다의 다육이들 틈에서 수줍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장미허브를 발견했다.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잎을 만져보니 그 기분 좋게 하는 허브향이 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생각날 때마다 나와서 잎을 만지며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 향을 즐겼다. 좋은 향은 사람을 참 기분 좋게 한다. 장미허브는 특히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향이다.

베란다에 다육이들이 많지만, 향이 나는 다육이는 장미허브뿐이다. 혹시 다른 다육이들도 향이 나는지 킁킁 냄새도 맡아보고, 문질문질 잎도 만져보았지만 아무 향도 나지 않았다. 다 저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왜 장미허브만 향이 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다육이들과 장미허브를 보며 문득 사람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보기만 해도 좋은 향과 좋은 느낌을 주는데, 어떤 사람은 아무 향도 나지 않고, 어떤 사람에게서는 좋지 않은 냄새와 기분 나쁜 느낌마저 받으니 말이다.


누구나 타인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어 한다. 나를 생각했을 때 기분 좋은 느낌을 주고 싶어 하며, 나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기를 원한다. 한마디로 나에게 좋은 향이 나기를 바란다는 말일 거다. 하지만, 장미허브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은은하게 다른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 주고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얼굴은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차고, 항상 감사와 기쁨으로 충만하며, 다른 사람에 친절을 베푸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향을 발견한다. 오랜 세월 사랑과 인내로 만들어진 그 향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져 행복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나도 장미허브와 같은 향을 발하는 사람이고 싶다. 예쁘지만 아무런 향이 나지 않는 사람이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행복한 향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감사와 기쁨, 미소와 친절, 사랑과 인내로 장미허브와 같은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향을 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장미허브를 보며 다시금 다짐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산 좋아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