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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고리 Aug 22. 2022

죽음이 노래하는 삶의 찬가

책 리뷰-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김범석)

1.  책을 읽은  한림대에 입원했을 때였다. 갑자기 무슨 수치가  좋아졌다고 다른 과로 협진을 가고,  자리에서 바로 입원이 결정되었다. 사실 어디가  아팠던  아닌데, 혈액수치가 갑자기 너무 떨어져서 이대로라면 길에서 쓰러질 수도 있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수님이 겁을 주려고 하신 말씀은 아닐 테지만, 겁을  집어먹고 입원을 했다. 입원을 하니까 당연히 이북리더기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제일 처음 읽은 책이  책이다. 서울대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신 김범석 교수님이 쓰신 책인데, 입원한 과가 혈액종양내과라서 ....  기분이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혈액종양내과는 암환자들이 대부분인 과라 내가 입원한 병원에서는 11층이 메인층이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던 10 입원실로 결정되었다.  책에서는 죽음의 판정을 받고 죽음으로 향하는 환자들의 갖가지 모습을   있다. 어떤 이는 덤덤히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타까운 사연도 많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요구르트 아저씨'


석 달마다 외래 진료를 올 때마다 요구르트를 사 오는 암환자 아저씨는 항상 즐겁고 긍정적이다. 극단적 장기 생존자, 암 환자로 극단적으로 오래 사는 사람들이 희귀하게 존재하는데, 이 분들의 특징은 '한결같은 긍정성'이라 한다. 감사와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요구르트 아저씨의 보너스로 사는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나야말로 죽었던 인생인데 예수님의 보혈로 보너스로 영생을 얻었으니 '한결같은 긍정과 감사'로 살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주어진 시간들을 더 이상 낭비하지 않고 멋지게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요구르트 아저씨 멋져요!



2. 인상적인 구절


"내가 목격한 마지막 뒷모습은 때로는 정리되지 않은 돈이었고 사람이기도 했는데, 그것들은 대체로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뒤얽혀 고인에 대한 슬픔을 넘어 분노로, 지리멸렬함으로 끝나고는 했다. 고인이 정리하지 못한 관계들이 남아 있는 이들을 괴롭게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지켜보면 무엇이든 간에 정리되지 않고 남은 것들은 대개 아름답게 기억되지 못할 것들이었고, 남은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그 무엇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고인의 뒷모습으로 남았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종종 그조차도 책상 정리를 하듯이, 집을 치우듯이 평소에 정리해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흔적들을, 나의 관계들을, 나의 많은 것들을 오늘 집을 나서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살펴야 한다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여기고 지금의 내 흔적이 내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덜 어지르게 된다. 좋은 관계는 잘 가꾸게 되고 그렇지 못한 관계는 조금 더 정리하기가 쉬워진다. 홀가분하게, 덜 혼란스럽게 자주 돌아보고 자주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 우리는 죽음만 잊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삶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산다. 잘 들어보라. 삶을 잊은 당신에게 누군가는 계속 말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종착역에 당도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묻는다. 이제는 남아 있는 우리가 우리의 삶으로서 대답할 차례다."



3. 감상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다가 생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갑자기 죽게 된다면 남은 사람들은 남아 있는 나의 뒷모습으로 나를 기억하게  거라 생각하니, 저자의 이런 다짐이 쉽게 이해된다. 평소에 오늘 당장 하늘나라에 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  나로서는, 저자의 말처럼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어지르고,  치우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죽음만 잊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삶도 잊고 산다는 . 생각지도 못한 말이다. 정말 삶고 잊고 살아가고 있었구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삶의 위대함을   있다. 죽음을 통해  쉬고 사는 것에 감사할  있다


실제로 예전에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의 나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숨 쉬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구나. 건강 말고는 가진 게 없었는데, 갑자기 아프니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피멍으로 가득한 팔을 들여다보며 정말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런데 또다시 삶으로 돌아온 나는 삶을 잊고 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원했던 그 하루를 살고 있는데, 이렇게 대충 아무렇게나 살다니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저자는 우리보다 먼저 죽음에 다다른 이들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렇고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걸까? 저자의 마지막 질문에 한참을 골몰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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