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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고리 Aug 24. 2022

독립서점 스트랭고에 다녀오다

독립서점 탐방기 1

브런치 작가가 된 기념으로 그동안 관심만 갖고 있었지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독립 서점에 가기로 결정했다. 우리 동네의 독립 서점을 검색하면 2개의 독립 서점이 나오는데 다행히 둘 다 집 근처에 있다. 그중 한 곳에 찾아가기로 마음먹고 집에서 룰루랄라 나왔다. 



대충 검색해보니 대충 찾아가면 될 것 같아서 그냥 나왔는데, 길치에게는 무리였나 보다. 하긴 로마에서도 지도를 보지 못해 트레비 분수 앞만 대여섯 번은 지나쳤던 길치가 혼자 지도를 보고 길을 찾으려 했다니, 내가 날 너무 과대평가했다. 운전을 하더니 근자감이 생겼나 보다. 전부 다 네비 덕이면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결국 가게에 전화를 걸어 대략적인 위치를 설명받고 나서야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 도착해보니 걸어서도 올 수 있는 곳이었다. 이런! 



무더운 초가을 날씨 속에서 한참을 걸어 도착한 그곳에 들어서니 독립 서점만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독립 서점만의 분위기?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문제집도 베스트셀러도 자기 계발서도 없는 주인장이 골라놓은 에세이와 시와 수공예 책과 잡지들이 가득한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분위기. 원하던 바로 그 분위기였다. 



독립 서점은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작은 서점이라 사실 그리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공간이 좁으니 책이 많지는 않을 거고 그러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거고 그냥 책을 좀 뒤적이다가 오게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보고 싶었던 에세이류가 많아서 마음을 동하게 하는 책을 2권 집어 들고 나올 수 있었다. 



비밀의 방 문을 여는듯한 새까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푸른 느낌의 작은 공간이 날 반겼다. 

주인장은 젊은 여성분이셨는데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았는지 물어보셨다. "네~ 좀 작고 흐려서 멀리서는 잘 안 보였어요."  "저희가 돈을 많이 벌면 간판을 바꿀게요. " ^^ 간판을 바꾸는데 자주 와서 기여해야겠다. 




독립 서점의 공간은 생각대로 크지는 않았다. 공간의 크기나 거리 개념이 꽝이어서 몇 평인지 설명할 수는 없는데 어쨌든 넓은 곳은 아니었지만, 주인장의 취향이 가득 반영된 책들이 잔뜩 있었다. 수필들, 시들,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잡지들, 수공예 책들과 미니미니 한 책들, 그림책들과 독립출판 책들까지. 





대형 서점과 너무 다른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독립 서점을 찾는구나. 왠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그곳에는 나 외에도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테이블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모두 젊은 사람들로 보였다. 


  



나는 열심히 책들을 뒤적이고, 사진을 찍으며 이 공간에서의 분위기를 누렸다. 책들뿐 아니라 작은 소품들과 벽면의 사진과 글들까지도 멋있다. 이런 공간이 나의 공간이라면 참 좋겠다. 



원래 주로 보던 책은 자기 계발서와 사회과학책들이 대부분이었다. 딱딱한 책들을 주로 보는 편이었고, 쓰는 글들도 딱딱한 글들이었다. 강연 글들과 책 리뷰들이 내가 쓰던 글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참가한 백일장의 수필 부문에서 상을 타고나서 '에세이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우연히 지원한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니 아직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니어도 '작가'라는 정체성이 생겼다.



이 정체성의 힘은 생각보다 커서 큰 동기부여가 된다. '나는 이제 작가니까 무라카미 하루키나 스티븐 킹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써야지.'라는 말도 안 되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블로그에서 유행 중인 1일 1포는 글감이 없다는 이유로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기니 많은 쓸 것들이 떠올랐다. 생각난 글감만 '스트랭고를 다녀오다 (독립 서점 탐방기 1)', ' 내 이름 고리의 의미' , ' 당근 빵 예찬가' , '시차에 대하여' 등이다. 이래서 사람에게 감투가 중요한가 보다. 



그래서인지 스트랭고에서 많은 에세이들을 발견했을 때 기뻤다. 나도 이제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과 희망 같은 게 생겨서인지도 모른다.  독립 출판 책들도 있었는데, 그중 나는 구슬기 작가의 <슬기로운 탐구생활>을 집어 들었다. 위에 살포시 놓여 있던 이 책에는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구슬기 작가의 친필 싸인 글과 편지글이 쓰여 있었다. 책을 들고 가만히 읽어보니 약간 나랑 비슷한 면이 있어 보였다. 아직 다 읽지 않아서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숲을 좋아하고 물욕이 별로 없는 게 비슷했다. 한적한 산골 마을에서 프라이빗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계신단다. 재력 빼고는 비슷하군. 





이 책 옆에 또 다른 독립출판 책이 있었다. 바로 이런 게 독립 서점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대형 서점에 출판되어 나오지 않는 독립출판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이 책과 대니 샤피로의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를 집어 들었다. 이 책은 대형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책이다. 평점을 보니 괜찮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글을 쓰는 것에 관한 책이어서 이제 글쓰기를 시작해보려는 나에게 주는 선물로 적당해 보였다. 




이 두 책을 집어 들고 주인장께서 주시는 3장의 사진카드와 책이는당나귀라는 서울에 있는 독립서점에서 나오는 4페이지짜리 신문과 볼펜과 몇 개의 스티커들을 주섬주섬 받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주인장께서 이번 주 금요일에 있는 <플라멩코 및 현대무용 공연>에 대해 안내해주시면서 시간이 되면 오라고 초대해주셨다. 스트랭고를 검색해보면 평일에 쉬는 날이 있는데 아마도 독서 모임, 문화 공연을 하는 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나 보다. 



이곳에서 나와 가을 햇살을 즐기며 '어디든 가야 글감이 생긴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디 멀리 여행을 간 것도 아니고 단지 동네에 있는 작은 서점에 왔을 뿐인데, 처음의 경험은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브런치로부터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았으니 이제 더 자주 나가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경험해야겠다. 다음 주에는 집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독립 서점에 가봐야지! 





* 스트랭고 소개글


스트랭고 <strango>는 '낯선 곳으로, 우리는 간다. <To a strange place, we go>'라는 뜻.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면 모험을 떠나야 하고, 모험은 낯선 곳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스트랭고를 통해 낯섦을 마주하며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 관객과 창작자 분들과 함께 떠나보려 합니다. 


#독립서점 #독립책방 #동네책방 #스트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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