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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운 Oct 09. 2024

스타벅스 금지

아이를 갖고 싶다고?

불안한 마음에 유튜브를 통해서 타로카드를 보았다. 돈이 많은 그가 주는 안정감과 별개로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데 자기 돈을 쓴다면 화가 날 것이라는 그의 말에 차라리 내 스스로 돈을 벌어 외롭더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서 재정적 안정감을 쌓아가고 그는 그대로 돈만 보고 만나는 여자애를 만나 땅을 치고 후회하며 남은 여생을 보내면 어떠할까 생각해 보았다. 이미 만나봤을 거라는 게 지대한 의견들이었지만.

내가 돈에 자유로웠을 때 (아빠가 카드값을 내주던 시절에) 나를 뜯어먹으려는 남자애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꼭 뜯어먹으려 다기 보다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돈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막상 재정적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자가 필요하다, 자기가 러시아 전쟁에 가지 않으려면 일본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해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마이클도 내가 아빠가 차를 팔아야 하고 오빠의 저축으로 아빠를 도와야 할 것 같다 그랬을 때 화를 냈던 것도(5000원 사진 찍는 거에) 그래서였던 거겠지.

그가 말하길 내가 차라리 나쁜 사람이면 헤어지기 쉬울 텐데 내가 좋은 사람이라 헤어지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하고 싶냐고 멈추고 싶냐고 물었더니 계속 미래를 함께 하고 싶기에 자기가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그가 간과하는 부분은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과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다음 좋은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그가 2년간 헤매었던 것처럼 나도 약 4년간 내 인연을 찾기 위해 헤매었다. 나머지들은 그저 스쳐가는 인연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내가 혹은 그들이 함부로 대했거나. 아니면,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엔 너무 어렸거나. 또는 내가 미쳐있었거나.

마이클과 함께 하는 삶을 그릴 수록 내가 행복할까 반문하게 된다. 그가 내 세상을 넓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나는 내 세상을 넓혀줄 남자를 찾고 있다 그게 물리적이든 간에, 정신적인 부분이든 간에) 내 세상을 더욱 좁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그가 아이를 갖고 싶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 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상처가 되었지만 사실이고 나는 아기 울음소리에도 돌아버릴 지경이기에 여자애든 남자애든 간에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모성애가 없는 사람이 아닐까 스스로 반문해 본 적도 있다.

​그가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진정으로 자신을 돌봐줄 사람은 나중이 되면 자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의 개념으로 자식을 낳아 그 아이가 자신을 돌봐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굉장히 이기적인 이유라고 생각이 되어 나는 그가 싫어졌다.

그에 대해 안 좋게만 적는 것 같지만 그는 내가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사람이며 내가 온전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결혼을 하고 싶다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는 것 같았다.

퇴근을 하고 돌아오니 그가 반갑게 나를 맞이해 줬다. 그리고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레지던스에 가만히 하루종일 나를 기다렸을 그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와 함께 만두와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기름을 넉넉하게 둘렀더니 이번에는 눌어붙지 않고 잘 튀겨져서(그렇다고 기름 지지도 않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엄마도 [이제 잘하네~]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도 자기가 말한 대로 기름을 넉넉히 둘렀더니 잘되지 않았냐며 다 자기 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조금 웃겼지만 오늘따라 잘생겨 보여서(노동절이라 일을 안 해서 그런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우리는 [뱀파이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또 보았는데 시즌2를 끝냈다. 시즌 6까지 있어서 우리는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구나 생각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미 모두 본 그는 나를 위해 다시 봐주고 있다. 그래도 재밌게 보는 걸 보면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이구나 생각한다.

어제는 퇴근하고 호텔로 데리러 와준 그와 함께 이마트를 갔다가 간단하게 장을 봤다. 아보카도, 식빵, 커피, 고르곤 졸라 치즈 과자, 초코바, 애호박, 얼그레이 라떼를 샀다.

6시 40분까지 오라고 하니 [그때까지 준비 다 하고 끝낼 수 있어?]라는 그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했으나 나는 계장님한테 40분까지 붙잡혀서 나갈 수 없었고 매일 늦게 도착하는 그가 당연히 50분까지 올 거라고 생각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그는 40분에 딱 맞춰 도착했다. 그러더니 "I knew it!"이러는 거다.

롯데캐슬이 코 앞에 있어 갑자기 그는 롯데 캐슬이 재벌들이 사는 곳이냐고 물어보길래 나는 재빠르게 검색하여 공시가를 보고 10억만 있으면(로또가 된다면) 살 수 있다고 하니 그렇냐면서 시큰둥하게 관심 없는 듯 대답했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공차만 보면 마시고 싶어 했는데 공차를 가려는 그를 뜯어말리고 이마트 안으로 우리는 향했다. 원래는 커피를 사러 온 것이었는데 우리는 둘러보며 이것저것 담게 되었고 시식도 즐겼다ㅋㅋ사실은 퇴근하고 모든지 다 맛있어 보였던 내 잘못이었지만.​

장을 다 보고 그가 또 결제를 해줘서 고마웠다. 내 에코백에 물건들을 담고 그가 들어주고 같이 집으로 향하는 길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가 떠나도(잠깐의 롱디 생활이든, 정말 영원히든 간에) 나는 그 없이 이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해서 조금 슬픈 마음도 들었다.

그가 다시 12월 1일에 돌아오면 우리는 이마트에 함께 갈 수 있겠지? 그전까지 엄마한테 요리를 많이 배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멸치 볶음, 오징어 채, 콩나물 무침, 가지나물, 불고기 등등 아니면 반찬을 함께 만들어서 가져오거나.

그와 함께 유부초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퇴근하고 장을 보고 요리까지 하는 내 스스로가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그를 위해 요리를 열심히 하는 내 자신이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말이다. (마이클은 여태까지 남자친구 중에 내 요리를 제일 많이 먹은 사람 중 하나이다.)

​​​

​사랑이 욕망이 되지는 않았지만 욕구 정도는 된 것 같아서 조금 걱정스러웠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그가 자기가 12월 1일에 올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번엔 자기가 떠나고 나면 약 6주를 안 봐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묻기도 하고. 어느새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10월 21일에 내가 미국에 갔다 오면 약 한 달가량을 못 보는 사이가 된다.


그래도 그가 자주 한국에 와주는 덕분에 우리는 매우 자주 보는 롱디 커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11월에 안 와서 조금 섭섭했지만 그래도 다시 그를 겨울에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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