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엿새를 기다려야
어느새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어 가면서도 한산한 겨울의 기운이 감도는 시간이 도래하였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여행으로 요동쳤던 내 마음이 드디어 차분해졌고 샌프란시스코를 조금 그리워하는 마음도 생겼다. 다만 다녀오고 지독한 감기에 걸렸지만.
그를 열엿새를 기다려야 볼 수 있다.
나는 정말 그가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어른이 되어서 더 이상 사랑에 울고불고하지 않게 된 걸까? 예전의 나라면 보고 싶어 밤마다 울었을 텐데 이제는 감정의 요동도 없을 지경이다. 물론 그의 연락을 기다리기는 하지만, 그가 동료들과 놀던 친구네에서 자던 전혀 신경을 안 쓰게 됐다고 해야 하나.
나는 그를 사랑하나? 그가 내 거라는 사실이 좋았고 내가 그의 것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독점적 관계라는 점이.
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거나 나를 배신한다면 많이 아플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가 지금 쓰는 글보다 그와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적은 글이 친구들 사이에서 흥행이었다. 장난 삼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카톡방에 올린 것이었는데 말이다. 여기에 적을 순 없지만.
일기 형식으로 글을 적고 있는데 정리를 해서 소설처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요새는 그와 사이좋게 지내고 내 마음도 평화로워서 특별한 이슈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적을 내용이 없어서 두서없이 내 마음을 적어 내리고 있다.
그와의 만남보다 3월에 가게 될 런던 여행이 기대가 되어 나는 들떠있는 상태였다. 며칠 전에는 오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알찬 하루를 보냈고 친구가 일부러 시간을 내줘서 회사 근처까지 와줘서 고마웠다.
일상의 연속이고 몇 주째 주말을 계속 출근해서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며 일도 다니고 있다. 일주일 씩 쉬게 해주는 회사가 어디 흔한가?
어젯밤에 개그맨이랑 치고받고 싸우는 꿈을 꿨는데 아침에 회사에 오자마자 뒤숭숭한 일이 두 번이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