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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링 Dec 30. 2021

겨울방학, 가성비 높은 초등 수학 공부

영혼없이 책 읽어주는 엄마용.


"꼬마용 수학동화, 딴딴 수학동화, 망치 수학동화, 개념이 보이는 수학, 수학 엎어치기, 수학 음식점, 자기전 수학시간, 백백한 수학, 수학경찰스, ..."


                                                                                   - 우리 집을 거쳐간 유명한 수학동화들




수학동화. 

과연 출판사와 블로그들의 간증만큼 수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수학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까? 문제집 풀기도 빠듯한 시간을 할애할 만큼 쓸모가 있는 걸까? 


'영혼을 끌어내어 재미있게 읽어 주는 것'과는 담을 쌓은, 

그냥 읽히는대로 짬내어 책 읽어주는, 

책에 딸려나온 워크북이나 수학활동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엄마가 씁니다.




첫째가 3세가 될 무렵, 한창 엄마표 영어에 푹 빠져 영어책 사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뜬금없이 '그래도 명색이 수학선생집인데 수학동화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이상한 생각에 영어책을 사면서 부록처럼 수학동화를 구매하게 되었다.


물론 영어책만큼 신이 나서 사 들인 것은 아니었다. 연년생을 혼자 키우는 내가 도서관까지 가서 읽어보고 책을 고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거나' 살 수는 없었기에 블로그나 카페에서 집요하게 검색을 한 후에 '교육적 효과', '수학에 대한 흥미'를 만들어 줄 만한 것들을 나름 신중하게 구매한 것은 확실하다.


그렇게 책이 도착하고 나름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쳐드는 순간, 난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쓰신 작가님들도, 감수하신 전문가분들도 분명 고민하며 만들었을 것인데 내 눈에는 어쩜 그렇게 억지스럽고 정내미가 떨어지게 생겼던지. 

맘 잡고 읽어 주려고 하다가 첫번째 책에서 가뿐하게 포기를 외치게 되었던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토끼와 여우가 길을 걸어 간다. 언덕을 넘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토끼가 꽃을 발견한다. 

그래,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 있지.

토끼가 갑자기 꽃을 세기 시작한다. 게다가 세기도 쉽게스리 꽃은 한 송이 한 송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서 피어있다. 하나, 둘, 셋... 차분하게 세어준다.

그러자 여우는 그 꽃에 붙어 있는 벌을 센다. 하나, 둘, 셋...

갑자기 그 둘은 기뻐한다. "우와~ 꽃과 벌의 숫자가 똑같아! 꽃 한 송이에 벌 한 마리 씩!!"


흠........

그러니까 1대1 대응, 자연수를 세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거구만.

어쨌든 첫 수학동화니 나름 오바했다. "우와~ 이거 봐봐! 한 송이에 한 마리래!"

슬쩍 아이를 보니 이미 고개를 돌린 후다. 

다른 책을 뽑아 왔다. 


물론, 어떤 책이든 가리지 않고 재미나게 읽는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모든 책을 입체적으로 읽어주며 아이의 흥미를 유도하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는 집 이라면 예외일 수 있겠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집 사람들은 그런 축은 아니었기에 조용히 다시 중고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감사하게도, 꽤나 유명한 책이었기에 손해는 보지 않았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나서 우연히 '5000원에 책 두 박스를 가져가시라는' 천사같은 분을 중고시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업어온 선물들을 하나 하나 닦는 도중, 창작동화들 사이에 끼여 있던 수학동화를 발견했다. 천사같은 분에 대한 예의로 대충이라도 끝까지는 읽어주고 다른 분께 물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성의 없이 주루룩 읽어 주고 책꽂이에 모셔 두었다.


여느 날과 다름 없는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숙제로 수학 익힘책을 풀던 아이가, "이거 그 책에서 봤던 내용이야!!" 라며, 

'이거 우리 집에 있는 장난감이야' 류의 소리를 질렀다.


오호, 요것봐라~


이전, 꼬꼬마시절의 수학동화와는 너무 다른 반응에 놀랐다. 

그날부터 초등 수학동화 서치가 시작되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을 설명해 주는 수학동화를 들이고, 읽혔고, 읽지 않으면 읽어주었다.  

'대충이라도 한 번 들어본 것'에 대한 반응이 얼마나 위대한지, 한 번 맛을 들이고 나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걸 중독이라고 하는걸까.  

물론 동화를 듣는다고 해서 그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느 영화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아~~ 그 사람!! 나, 알아!!" 라고 반응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그 배우에 대해서 알아봤자 영화에서 했던 연기밖에 없으면서도 왠지 많은 것을 아는 느낌. 

어쩌면 동네 형보다 더 친하게 다가오는 느낌적인 느낌.


단, 문제는... 

우리 집 아들 둘은 '나무집'이나 '코드네임' 같은 '몸이 사라지고 눈알이 튀어나오며 시간을 되돌리는' 내용 등에 이미 노출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뜬금없는 수학동화를 이런 '시간의 되돌림'없이 읽어주는 일은 참으로 피곤하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한 번에 한 권'은 깨끗이 포기했다. 

대신 '한 번에 한 개념' 또는 '한 번에 한 챕터'를 밥 먹은 직후에 5분 간만 읽어 주는 걸로 하고 있다.



10년 이상 중,고등학교를 걸쳐 수학을 가르치면서, 수학이 재미있다고 하는 제자는 열 명이상 보지 못한 것 같다. 그 열 명은 물론 하늘이 내린 아이일 것이다.

수학은 재미없고, 어렵다. 


그러므로 나의 목표는 '하늘이 내리지 않은 우리 집 아이'가 수학이 '그럭저럭 할 만한 것' 이라고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딱 거기까지다. 

수학 때문에 발목잡히지 않도록, 수학 때문에 꿈이 무너지지 않도록. 

매일 아침 5분 투자로 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방학 때 왠지 뭔가 하나는 더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물리치고, 

식후 5분만 투자해 보시길.


수학정서 끌어올리는데 '제법'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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