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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동차 노동자 Dec 22. 2022

존 몰리뉴를 기억하며

존 몰리뉴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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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몰리뉴를 애도하며

존 몰리뉴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난 몰리뉴와 개인적 관계가 없기 때문에 그의 죽음이 현실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예전의 난 사회주의자이면서 전투적조합주의에 경도돼 있었다. 그런 내가 그가 쓴 책들을 보면서 변해 갔다. 아직도 노동자주의에 경도될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지금 나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 그의 책을 다시 꺼내들고 탐구하는 것이 가장 큰 애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4년 감옥에서 《렘브란트와 혁명》이란 책을 접했을 때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예술은 배부른 부르주아지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몰리뉴의 책 《렘브란트와 혁명》에서 사회혁명과 위대한 예술이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 신선했다. 특히 부르주아 계급이 봉건제에 맞선 혁명적 계급이었을 때 새롭고 창의적인 예술이 탄생했다는 주장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봉건제 사회에서 혁명적 계급이었던 부르주아지는 자본주의 착취 체제의 지배자가 된지 오래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은 그들만이 독점하고 그 독점에서 이득을 본다. 그래서 부르주아지는 예술에서도 보수적이 된지 오래다. 난 사회주의 혁명이 승리하면 그 과정 속에서 기존 부르주아지가 발전시키다 정체된 예술이 대중들 속에서 창의적으로 꽃피울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마냥 행복했었다.



그를 두 번째로 만난 것은 철학 입문서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 시키는 것이다》라는 세계를 이해하는 길잡이 같은 책을 통해서 였다. 철학 하면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니체, 헤겔, 공자, 맹자, 묵자 등등 자동차 공장에서 수십 년간 조립공으로 일해온 나의 삶과는 너무도 멀었고 사치처럼 느껴졌다. 한가하고 부가 넘치는 학자들의 말장난처럼 느껴지던 철학을 사회주의 노동자로 세계를 이해하고 변혁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었다. 이런 인식 변화는 전투적 조합주의 잔재가 남아있던 나에게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로 발전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몰리뉴의 칼럼을 모아낸 사회주의 입문서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를 작업장 동료들과 함께 읽으며 토론했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상식’ “사회주의 노동자가 동료와 논쟁하면서 겪는 흔해빠진 생각과 태도(에 맞서)....... 사회주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한다. 나와 동료들은 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자본주의 착취와 계급투쟁 그리고 역사 발전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대화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몰리뉴가 의도한 만큼 잘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를 직접 본 것은 2013년 맑시즘 강연 때였다. 그의 여러 강연 중 ‘자본주의와 기후 위기’란 주제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강연에서 몰리뉴는 “쉘, BP등 거대 기업의 이사회에서 개혁적인 이사가 ‘우리 제품이 기후 위기를 부른다. 제품 생산을 중단하자’고 제기하면 당장 경비들에게 끌려 나올 것이다.”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기업들이 기후 위기에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하며 오직 혁명을 통해서만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때 쉽고 명쾌해서 잊히지 않는다. '아나키즘과 자율주의'가 난해하고 이해 불가한 사상이라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그의 “아나키즘과 자율주의”강연 역시 쉽고 명쾌했다.



강연뿐 아니라 그의 여러 칼럼과 저작들 《마르크스와 정당》,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무엇인가》, 《21세기 레닌》,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는 대부분 노동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적 표현과 쉬운 문장들로 써졌고 이론적인 깊이까지 갖추고 있어 나 같은 노동자에겐 더없이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는 노동자들의 정서와 삶을 이해하고 있는 탁월한 마르크스주의 혁명가이자 저술가로 나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다시 한번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기후의기, 제국주의 전쟁, 코로나, 경제위기로 다중위기가 더 한층 심화되고 있는 현제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내고 싶은 노동자와 청년들이라면 고인이 된 존 몰리뉴의 저작을 추천하고 싶다. 그의 저서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만큼 그를 기리는 일은 없을 듯하다.


2022년 12월 21일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조합원 김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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