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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Aug 22. 2023

D+30. 나의 남은 수명

16시간 자고 맞은 현타와 유튜브 알고리즘 

https://youtu.be/KDoEeMrfEo0?si=AkULjnRDIwUhhmiN


 영상을 보고 나니 나의 남은 수명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2n살,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약 83세이니, 나에겐 약 60년의 수명이 남았다. 질병과 사고, 범죄에서 모두 벗어나는 행운을 누려야 채울 수 있겠지만……. 총인생에서 1/4 정도 살았다. 꽤 오랜 이 시간을 나는 알차게 살아왔는가? 사실 뭐라 단정 지을 수 없다. 명문대에 갔다면 알차게 살아왔다고 단번에 대답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해외유학을 갔다면?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면 그렇게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남들보다 빠른 나이에 취업을 했고, 독립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백수인 걸. 그럼 나는 쓰레기처럼 인생을 살아온 걸까? 잘 모른다. 내가 피부로 느끼는 시간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정도이니. 

 오늘은 16시간을 잤다. 하루가 24시간인데 16시간을 잤다고요? 아무튼 잤다. 수면장애와 게으름, 저기압의 합작이다. 눈을 뜨니 오후 5시였다. 평균 11시에 잠에 드니 나에게 남은 하루는 6시간뿐이었다. 6시간이라도 알차게 보내면 좋으련만, 스마트폰으로 밀린 타임라인을 따라잡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나니 6시 반이 되어있었다. 글을 쓰기 싫어 이리저리 유튜브를 헤엄치다 이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소름이 끼쳤다.

 나는 저번 주 금요일의 식사를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어제 뭘 먹었는 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건강하지 않았을 거다. 오늘의 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걸 보면. 그렇다고 오늘의 식사가 건강하지도 않았다. 그럼 나는 생각한다. 내일은 건강하게 먹어야지! 결국 내가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은 어제와 오늘, 내일 정도다. 긴 인류의 역사, 그보다 긴 지구의 역사, 그보다 더욱 긴 우주의 역사에선 티끌조차 되지 않을 시간 정도만 느낄 수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10년 후, 20년 후의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진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운이 좋아(나는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100살까지 살 수도 있다. 그런 세계관이다, 이 세계는. 그렇기 때문에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운이 좋을지 나쁠지는 모른다. 

 루틴을 하도 많이 실패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16시간을 잔 나의 기분은 개운하기보다 갑갑했다. 오늘도 할 일을 하지 않았어, 나는 게을러 빠졌어. 실컷 자기 비하를 하다 보니 이번엔 자존감이 떨어졌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결국 나는 오늘의 글을 쓰고 있고, 오늘의 글을 올릴 텐데 말이다. 오늘 글을 쓰지 못했더라도 마감일에 맞춰 투고하면 되는 거고, 내일은 반드시 운동을 가면 될 일이다. 물론 매일매일 그렇게 살아가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가끔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다. 내 인생엔 실패한 일도 많지만 성공한 일도 많다. 인생을 넓게 보면 한글을 떼었고, 걸음을 떼었다. 짧게 보면 글을 쓸 줄 알고, 올해 책을 92권 읽었으며,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모든 게 뒤죽박죽 섞여 내 인생이 되는 거다. 


 물론 매일 실패만 하는 삶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아주 작은 성공 습관이라는 책의 이름처럼 작은 성공부터 쌓아간다면 언젠가 인생은 바뀌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나라는 한 인간에겐 나의 인생이 전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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