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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Aug 21. 2023

D+29.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

부정 vs 긍정

 오늘도 글이 손에 안 잡힌다. 몰스킨 노트를 펼쳐 반으로 접었다. 한쪽엔 내가 글을 쓰기 싫어하는 이유를, 다른 쪽엔 글을 쓰고 싶은 이유를 적었다. 둘 다 양이 꽤 됐다. 하루종일 이것만 고민했다. 확실한 건, 나는 글쓰기를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단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한 행동들은……. 30일 간 브런치에 올린 글 중 퇴고를 거친 글이 거의 없고, 그렇다고 초고를 쓸 때 심사숙고 하고 쓴 것도 아니다. 100일이라는 날짜 채우기에 급급해서 쓰지 않아도 되는 글을 써댔다. 좋아하는 일이라며, 직업으로 삼고 싶다며. 그런데 일에 대한 태도가 이럴 수 있어? 역시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하는 건가? 

 

 그러기엔 글을 쓰고 싶은 이유 첫 번째가 ‘재미있어서’였다. 확실히 글쓰기는 재미있다. 내 경험과 생각이 조잘조잘 적힌 에세이도 좋고, 나의 상상력을 종이 위에 풀어낸 소설도 좋다. 오스카 와일드가 비행할 때 자신의 일기장을 챙긴 것처럼, 나도 내 글이 좋아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도구를 챙겨 다닌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글쓰기가 절대 ‘안 맞는 옷’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쓰기 싫고, 써지지 않는 거지? 

 글쓰기 싫은 이유로 가장 먼저 적힌 건, ‘글 쓰다 막히는 기분이 싫다’였다. 그다음은 ‘오래 집중할 수 없다’. 이 두 가지를 나의 정신과적 문제와 더불어 생각해 보았을 때, ‘부정적 감정에 집중할 줄 모른다’는 결론이 나왔다. 글이 막히는 부정적 감정을 견디는 것도 힘든데 집중까지 하라니. 성인 ADHD인 내 뇌는 미칠 노릇이겠지. 부정적 감정을 마주하고 해소하는 것보다 SNS를 켜는 게 훨씬 쉽고 재밌는 길이다. 그렇게 풀지 못한 부정적 감정이 내 안에 쌓여 글쓰기에 대한 공포로 나타났다. 

 글쓰기 싫은 이유는 그 밖에도 많았다. 쓰는 게 지루하다던가, 아무리 써도 성과가 안 남는다던가 하는, 글을 쓰면 당연히 마주쳐야 할 문제들. 신기한 건 글쓰기 싫은 이유만큼 글 쓰고 싶은 이유도 나온다는 거였다. 단어나 문장을 조합하는 게 재미있고,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다.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글쓰기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거다. 그렇게 나는 뽀모도로 타이머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랜선을 뽑아버릴 수는 없으니, 뽀모도로가 진행되는 동안은 절대 백지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잡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머리를 굴리면 답이 떠오르지 않을까? 간단하지만 어려운 규칙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부정을 해소하는 건 긍정이다. 몇 번이고 문장을 다시 쓰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백지를 채워나가는, 그리고 글을 완성하는 경험을 쌓는다면 언젠가 글쓰기가 두렵지 않은 날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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