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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Aug 20. 2023

D+28.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물건

두구두구두구. 

수첩을 쳐다보다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물건은 뭘까? 침대나 냉장고, 세탁기 같은 건 옵션이니 제쳐놓고, 소유주가 '나'인 물건 중에 가장 비싼 물건……. 내가 내린 답은 2020년에 구매한 닌텐도 스위치다. 정가가 36만 원인 닌텐도 스위치가 어째서 가장 비싼 물건이냐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게임과 여러 번 바꾼 각종 부속품까지 합치면……값은 말하지 않겠다. 다만 일본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마리오 랜드에 갔을 때 동전 하나쯤 떼어와도 괜찮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썼다. 

 휴대폰은 2019년에 바꾸고 5년째 쓰고 있고, 노트북은 2018년에 구입해 6년째 쓰고 있다. 2021년에 산 태블릿과 올해 산 갤럭시 워치가 그나마 최신 품목에 속한다. 감가상각을 따지면 휴대폰과 노트북은 쓸 만큼 썼다. 하지만 아직 쌩쌩하게 잘 돌아가고, 용량도 넉넉해서 녀석들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는 사용할 예정이다.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덧셈해 봐도 엄청난 값이 나오진 않는다. 이 집 보증금도 안 나올 것 같다. 꽤 오래 일한 것치곤 통장에 남아있는 돈도, 집 안에 물건으로 남은 돈도 적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고민하다 금방 답을 내렸다. 배달의 민족……내 뱃속으로 들어갔구나. 자취를 시작하고 대체 얼마를 먹어치운 건지 더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통장도, 나도 상처받을 테니까. 

 

 집 안에 있는 물건의 값을 더해보며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물건을 생각보다 아껴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깜빡이'라는 영어단어 암기용 기계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부모님께 그 사실을 고하고 가정폭력에 가까운 정도로 혼난 뒤, '나는 물건을 험하게 다루고 잘 잃어버리는 멍청이야'라는 자기 암시가 남았다. 실제로 내 평생 잃어버린 중요한 물건은 그 깜빡이와 지갑 하나가 끝인데도. 10년도 넘은 시간이 지나고서야 나는 자기세뇌를 부술 수 있었다. 그냥 심심해서 한 행동이 내 삶의 묵은 때를 벗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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