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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노 Mar 03. 2022

나는 헤어짐을 잘못 배웠다.




가끔 아빠를 생각한다.

가끔 아빠를 생각하면 안 되는 걸까. 가끔이면 안 되는 걸까. 잘못된 일일까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이십 대 땐 조금 더 자주였던 것도 같다. 지금은 가끔 생각이 난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되고 그제야 봉긋하게 솟아오르던 가슴이었다. 브래지어가 필요했다. 아주 당연한 일이 었는데도 엄마에게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엄마는 내게 새아빠에게 말하라 했다. 그땐 새아빠와 살게 된 지 1년쯤 되던 해였다.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한 까닭을 표정과 말투에서 이해해보자면, 새아빠에게 내가 좀 더 친근(이라고 해야 할지)하게 굴 것을 바라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새아빠라지만 내겐 모르는 아저씨 쪽에 더 가까웠다. 그 앞에 내가 완전히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하루는 아빠와 무엇을 했으면 좋았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우습게도 아빠에게 속옷을 사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내게 브래지어를 사주 신적이 없다.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빠에겐 아직 나는 너무 어린아이로만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차 안에서 노래를 크게 불러대는 장난꾸러기 막내딸로.


 나는 단편적으로 남은 수많은 아빠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 집중해서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가끔 아빠가 떠오르는 걸 보면 내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아빠를 떠올리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괜찮을까. 가끔 이어도 될까.

그리움은 이제 정체를 모를 정도로 얼룩 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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