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무무 씨의 달그네』 (고정순, 달그림)
어떤 그림책은 어른에게 더 사무친다. 빽빽한 활자와 추상적인 어휘들로만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그림책이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두자.
모두가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가는데 나만 느리게 걷는 것 같을 때, 그 느린 걸음이 문득 불안해질 때, 나는 『무무 씨의 달그네』를 책장에서 꺼내든다. 채도가 낮아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그림, 타자기에서 막 뽑아낸 것 같은 정겨운 글씨체, 그리고 담담한 무무 씨의 얼굴 표정을 보면 불안하게 타오르던 마음이 어느새 천천히 내려앉는다.
주인공 무무 씨는 매일 구두를 닦으며 고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달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무무 씨. 하지만 그의 친구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달로 떠난다.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간 지구는 조금 쓸쓸하지만, 그네에 앉아 바라볼 자신만의 달이 있기 때문에 무무 씨는 마냥 외롭지만은 않다.
일상의 고단함과 고독을 그렇게 견뎌내는 무무 씨를 보면, 세상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느리게 걷는 삶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설령 남들이 보기에 누추하고 무료해 보인다 한들 어떤가. 하루 일과가 끝난 후 홀로 달그네에 앉아 가만히 달을 바라보는 무무 씨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그저 담담하게 매일을 살아내는 삶도 있는 것이다.
낯선 여행객 하나가 무무 씨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달에 가고 싶지 않나요?” 우리에게도 그렇게 물어오는 이들이 있다. 어서 달려가고 싶지 않나요? 성공하고 싶지 않나요? 그러나 어떤 이가 달을 향해 달려갈 때, 어떤 이는 달의 그림자가 내려앉는 조용한 강을 바라본다. 그런 삶도 있다는 것을, 그것이 쓸쓸하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 2022년 6월 부산 연제구청 소식지에 수록했던 글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합니다.
책 속에서
- 난 일이 끝나면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달을 봐.
여전히 변함없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달이 있어서 이곳이 지겹지 않은가 봐.
- “무무,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달을 그리 좋아하면서 왜 달에 가지 않는 거야?”
나는 말하고 싶었어.
“달에 가면 달을 볼 수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