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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아 Nov 17. 2024

이미지 너머의 진짜 세상

독서일기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이후)

사진은 많은 것을 감추거나 왜곡한다. 삶의 수많은 순간 중에 그 하나의 장면을 선택한 사람의 의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 SNS에 올리는 일상 사진마저도 그러할진대, 신문이나 뉴스,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는 사진은 말할 것도 없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전쟁과 재난 등의 참상이 사진 이미지들로 변환되어 우리에게 보여짐으로써 마치 포르노그래피처럼 관음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마는 문제에 대해 지적한다. 여러 번 반복되며 점점 더 잔혹해지는 이미지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를 무감각하게 하고 더 자극적인 이미지를 원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사진을 통해 바라보는 전쟁이나 재난은 우리의 일상과는 아주 동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지게 한다고 수전 손택은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무고한 시민들이 고통받으며 전쟁의 참상을 겪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뉴스를 접하는 우리는 갈수록 그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그저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 중의 하나로만 여기게 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팍팍한 현실을 빠듯하게 살아내면서, 먼 나라 사람들의 일들까지 오랫동안 걱정하고 아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타인의 고통’에 대해, 우리는 적당히 멀고도 안전한 선 밖에서 바라보고 일시적으로 연민할 뿐이다.


예전에 퓰리처상을 받았던 ‘독수리와 소녀’ 사진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비쩍 마른 채로 길 위에서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한 소녀의 모습과 그 아이를 먹잇감 노리듯 바라보고 있는 독수리의 모습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낸 사진이었다. 사람들은 사진작가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 위급한 순간에 아이를 구해주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대중은 그 사진을 또 다시 자극적인 이미지로 소비했다. 


비판도 쉽고 연민도 쉽지만, 우리는 그 이상으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사진 너머의 진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깊은 시선과, 이 세계의 비극을 타인의 고통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공감과 연대의 마음으로.


* 2022년 8월 부산 연제구청 소식지에 수록했던 글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합니다. 



책 속에서


-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출됐던 그토록 많은 사진들이 그 순수하지 못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증거가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역사적 증거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83p)


- 사진은 그 무엇이 됐든지 간에 피사체를 변형시키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어떤 이미지를 아름답게(혹은 끔찍하거나 견딜 수 없을 만한 것으로, 그도 아니면 꽤 견뎌낼 만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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