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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타르트 Feb 09. 2023

마지막을 향해 가는 것들

아무리 재미있어도 공포물은 안보는 내게 남편이 끈질기게 영업한 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이미 정주행을 끝낸 남편은 그 드라마의 아이디어가 너무 기발하다며 나도 꼭 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저럴까 싶어 같이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겨우 중반을 향해 가고 있음에도 이야기가 끝나가는 것이 벌써 아쉬워 질만큼 재미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집중하고 있는 무언가가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은 참 오랜만이다.     


보통 이런 기분은 여행을 할 때 느낀다.     


여행은 짧아서 늘 아쉬웠다.

그래서 그 짧은 여정에 최대한의 즐거움을 담아내려고 나는 매번 애를 쓰곤 했다.

예쁜 옷과 신발을 준비하고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이고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과 풍경을 보려고 부지런히 걸었다.

여행지에서는 내가 살다 온 현실과 다르게 드라마처럼 하루하루 다른 이야기가 쏟아졌고 나는 그 생소한 만남이 좋았다. 

낯선 곳에 서면 두고 온 현실은 어느새 잊혀지고 오직 ‘나’ 만이 남아 ‘순간의 즐거움’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은 짧은 여행을 좀 더 오래, 좀 더 강렬하게 기억하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기도했다.     


여행처럼 아쉽게 끝나가는 것이 어디 ‘기묘한 이야기’뿐일까

나는 마지막을 향해 가고있는 많은것들을 돌아보았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시간에 대해, 그 속도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함께 보고있는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 한 시간이 마치 십분처럼 느껴지듯,

행복한 우리의 시간도 생각보다 빠르게 흐를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내 서글퍼진다.


언젠가 멈춰 설 우리의 짧은 인생을 나는 여행처럼 살고싶어졌다.

예쁘고 맛있고 멋진 것들을 담아 우리만의 즐거운 순간이 가득하도록

매일 매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지루할 틈 없도록     


나는 그렇게 너와 여행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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