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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15. 2024

어제까지 쓴 일기장을 보며 든 생각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7.


이 비참한 삶 속에서 원숭이 짓을 하며 불만이 가득하여 살아가는 것이 지겹지도 않은가. 너는 왜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것인가. 이 삶 속에 무슨 새로운 것이라고 있느냐. 무엇이 너를 미치게 만드는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7 중에서



일기장을 다 써서 새 공책을 펼쳤다.

작년 12월부터 어제까지 쓴 일기장을 후루룩 넘겨봤다.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기록, 다짐, 방황,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기는 누가 본다 생각하지 않고 내 속마음을 종이 위에 쏟아내는 일이다.

쓰고 나면 후련해지고, 쓰면서 감정을 알게 될 때도 많다.

만에 하나라도 누군가 보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도 지울 수 없다.

언젠가는 이 일기장을 태워버릴까, 없애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B5 노트 한 바닥을 처음부터 끝까지 빼곡하게 쓴다.

쓰는 순간의 내 마음을 그 바닥이 끝날 때까지 쏟아내는 것이다.

너무 속마음을 여과 없이 적어놔서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났었다.

하지만 노트를 넘겨보자 그 안에 담긴 빼곡한 내 마음이 소중해졌다.

슬프고 괴로워하던 마음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던 마음도, 질투하고 못났다 여기던 마음도 모두 나의 마음이고 나 자신이다.


지금 불편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하더라도 그건 내가 감당해야 할 변화다.

잘 크고 싶다.

이제 날개를 펼치고 날아 보고 싶다.

내 젊은 날을 예쁜 아이 셋 키우며 성장했다면 이젠 홀로 두 번째 성장을 하고 싶다.

내 인생을 훨훨 펼쳐 보이다 가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온전하게 나 자신으로 힘차게 날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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