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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ul 23. 2021

하늘

스위스 일기

표지 사진 : Photo by Jim Strasma on Unsplash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밝은 낮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또 깜깜한 밤에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물론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보는 것도, 별이 없는 까만 하늘을 보는 것도 또 유독 달이 환하게 빛나는 하늘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입시 때 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새벽 1-2시 정도가 되었다. 조금 일찍 오는 날이면 밤 10-11시. 그때마다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집 앞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곤 했었다. 내가 올 때까지 잠도 안 주무시고 기다리시던 부모님은 여름이면 모기 물린다고 얼른 들어오라 하시고 겨울이면 춥다고 얼른 들어오라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조금만 있다가 들어갈게요 하고 하늘을 꼭 한 번 올려다보고 들어갔다. 깜깜한 밤하늘을 보는 게 그 안에 알알이 박혀 있는 별들을 보는 게 그게 참 큰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다. 나도 저렇게 반짝일 날이 오겠지 싶은 생각과 함께 언젠가는 나에게도 몸도 맘도 고요한 시간들이 오겠지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올려다 보고 오랫동안 바라보는 습관은 그때부터 생긴 것 같다. 끝없이 펼쳐진,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광활한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걱정거리나 고민거리가 모두 작게 느껴지곤 했다. 마음속의 짐들을 꺼내 하늘로 몽땅 날려 보내고 안 보이게 못 나오게 꼭꼭 묻어두는 기분이랄까. 그게 비록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그런 기분을 느끼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짐을 느꼈다. 별 일 아니게 되는 그런 기분. 나만 그렇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래서 나아질 거라는 기대. 


주변을 돌아보면 수 없이 많고 다양한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가끔은 새롭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나와 결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질 때면 짧은 순간일지라도 쉽게 이질감을 느끼게 되고, 그게 좀 불편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또 그저 단순히 다를 뿐인데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는 이유로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는 일들이 많다. 그런 일들에 지칠 때 조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똑같으니까, 우리 모두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거니까 그게 꽤 위안이 된다. 다르지만 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자주 하늘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아직은 몸과 맘이 내 바람보다 덜 고요해서. 


이곳은 7월에 접어들면서 비가 자주 그리고 많이 왔다. 그래서 낮에는 해를 보기가 밤에는 달을 보기가 어려웠다.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흐린 하늘을 꽤 오랫동안 봐야 했고 먹구름이 몰려오는 순간을 나름 즐기기도 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천둥번개는 지난주부터 사라졌고 흐리다 못해 먹먹하게 끼어있던 하늘의 먹구름도 누군가 입으로 후- 불어 사라지게 한 듯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제는 파란 하늘이 자주 보인다. 오늘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어느 날 보다 푸르고 잔잔하다. 그리고 언젠가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오늘처럼 맑았으면 했다. 



2021.07.10 그들의 패러글라이딩 / Photo by. JOFRAU
White Birds, 하늘과 바람과 하나가 된 그 자유로움이 부러웠고,
Lucky Guys, 하강 후 떨어진 빗소리가 음악이 되었을 그들이 부러웠다.

오늘 하루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적 있었나요? 



2021.07. 스위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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