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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Aug 03. 2021

만남 : 만나는 일

스위스 일기

표지 사진 :  Photo by. @JOFRAU


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말을 살면서 많이 들었고 또 많이 경험했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소름 돋는 내 몸을 다른 한 손으로 감싸기도 했었다. 인연, 운명이라는 말은 안 믿는데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고 그게 인연이야 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아서 큰일이다. 이곳에 와서도 그런 일들을 몇 번 경험했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이어지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역시도 인연이라서 그래 라고 또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또 고개를 끄덕이게 될까. 


외국에서 친구를 사귀는 일은 어떤 사람에게는 쉽고 당연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어렵고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관계에 있어서 특히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 더욱 그랬다. 또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환경에 놓인 나는 더욱 그랬다. 친구들은 한국에만 있고 한국에 갈 때 혹은 친구들이 이곳에 올 때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이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그 만남이 잦아지는 일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 같다. 막연히 그러겠지 정도. 그래서 이곳에서 친구가 생겼을 때 기뻤다. 좋았다. 새삼스레. 


살아가면서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고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 누군가와 친해지고,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하는 일이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큰 일보다는 놀라운 일에 가까우려나. 그냥 얼굴 혹은 이름 정도까지만 알고 지내는 사이로 남을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자주 연락하게 되고 자주 만나게 되는 사이가 된다면 그때마다 그 만남이 그저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 또한 인연인 것인가.


스위스 프랑스어권에서 이곳 루체른 독일어권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이사 오기 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일이 너무 아쉬웠다.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도 많아서 생각보다 빨리 친해지고 자주 만났었는데 앞으로는 조금 어려워질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지금은, 물론 얼굴을 자주 보진 못하지만, 연락은 계속하면서 그때 함께 했던 일을 이야기하고 또 우리 앞으로 어디서 볼까 하는 설렘 가득한 약속도 잡고 한다. 이사 오기 전에 알게 된 친구 중 함께 언어를 배웠던 친구 한 명이 나와 비슷한 시기에 루체른으로 이사를 왔다. 반가운 마음에 이사하고 며칠 되지 않아 만났는데 만나니까 반가운 마음이 더 커졌다. 새로운 곳에 이사를 와서 또다시 새롭게 적응해야 할 일에 대해 조금 걱정하고 있었는데 친구를 만나니까 한결 나아졌다. 그 친구도 많이 반가워했다. 우리는 서로 자주 보자고 했다. 이렇게 또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날씨만 아니었다면 날씨가 한국의 여름처럼 아니, 한국의 여름보다는 조금 덜 뜨거운 여름의 날씨였다면 그 친구와 자주 만났을 텐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아쉬웠다. 그래도 날이 갑자기 개는 날에는 지금이다 하며 근처 카페에서 만나 커피를 시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었다. 그 수다 안에는 외국에서 지낼 때의 외로움이라던가 힘들고 슬픈 일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는 없다. 그저 이곳에서 재밌게 또 열심히 살아갈 앞으로의 우리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매번 그 만남이 이와 비슷한 만남들이 설레고 좋다. 힘든 걸 나눌 때 그 힘듬은 반이 되고 기쁜 걸 나눌 때 그 기쁨은 배가 된다는 그 말이 이렇게 와닿았다. 




내가 출근하고 나면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냐고 묻는 남편에게 나는 "나 내일 점심에 친구랑 약속 있어. 미안, 나만 놀러 다녀서." 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남편은 잘했다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 

하루 종일 심심할까 봐 걱정했구나,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해줘야겠다. 



2021.08. 스위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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