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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Apr 21. 2024

소소한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1 중2일기(안개빛 꿈을 위하여)

오래전 써온 나의 일기를 펼쳐본다. 일기장을 펼쳐보니 1991년의 일기다. 33년 전의 나는 중학교 2학년 시절로 돌아간다. 동생과 함께 일기장을 산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도 적고, 학기 초라서 담임선생님과 상담한 이야기도 다음에 적혀있다. 내가 기억하는 중학교 시절과 기록된 중학교 시절은 어떤 간극이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하루에 한 장씩 펼쳐보기로 한다.



1991년 3월 19일 화요일 맑음


오늘 소비조합에 진성이랑 같이 가서 바로 이 일기장을 1300W 주고 샀다. 원래 이 일기장은 1500W짜리인데 소비조합에서는 25% 정도 D.C를 해주어서 그렇다.


오늘은 환경심사를 하는 날이다. 수업을 끝내고 한다.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교실청소 및 환경정리는 각 부장들과 주번들이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나도 돕고는 싶지만, 아니 도울 생각도 없다.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하니까 말이다.


엊그제부터 학급비를 개인당 300W씩 내라고 하는데, 나는 정말 번번이 돈을 안 가지고 와서 못 냈다. 


과, 사, 가, 체, 수, 국, 영


첫째 시간이 과학이었다. 오늘은 실험을 한다. 과학실에서 했다. 그런데 준비물이 있었다. 각 조마다 1개씩 폴리에틸렌 병을 구해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조는 준비를 못해서 각 조원 7명이 50W씩 내서 450W인 그 병을 샀는데(조장인 길세제는 150W 냄) 그 병에는 음료수가 있었다. 


그 음료수의 이름은 <토닉워터>라고 쓰여있었다. 주성분은 탄산가스......이었다. 나는 한 모금 먹고 그 음료수를 버렸다. 우리 조의 다른 아이들도 그랬다. 그런데 딱 한 명(1번 이희연)이는 아깝다고, 또 자기는 그 음료가 맛있다고 먹더니(사이다+물+알코올 같은 냄새가 나는 맛이었음) 3교시까지 얼굴과 코가 빨개져서 양호실까지 갔다 왔다. 술에 취한 것 같았다.


토닉워터는 토닉 진인가 뭔가 하는 술이 독하니까 그 술의 농도(알코올)를 옅게 하기 위해 섞는 것이라고 과학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토닉워터는 체질에 따라 이것만 먹으면 얼굴이 빨개지거나 두드러기가 난데나 어쩐 데나




중학교 과학시간에 토닉워터를 다 마신 친구는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였다. 33년이 지난 지금은 날씬해져 있을지 궁금하다. 이 날 등장한 내 동생은 성인이 되어서 토닉워터를 쟁여놓고 마시는데, 이 한 페이지에 모두 등장했다니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욱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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