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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Jun 19. 2023

3. 진짜 취미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나오는 대답은 독서나 음악 감상이었다. 뭐 어떨 때는 이 두 개를 다 말하기도 했다. 원체 체력이 없고, 말이 없고, 혼자 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적인 활동을 즐기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독서나 음악에 아주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뭐 달리 하는 게 없으니.


본가는 바다가 아주 아름다운 곳에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잔뜩 실린 짭짤한 냄새가 익숙하고, 해산물이 식탁에 오르는 게 다반사인 곳에서 나고 자랐다. 여름이면 계곡이나 바다에 가서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놀긴 했지만 수영을 할 줄은 몰랐다. 어렸을 때 계곡에서 놀다가 아무도 모르는 새에 죽을 뻔한 뒤로 물에 대한 공포도 좀 있었고, 튜브 타고 둥둥 떠다니고 물장구치는 것만 해도 물놀이는 충분히 재미있었다.


수영을 할 줄 아냐는 질문을 듣고 모른다고 대답하면 종종 고향이 거기인데 왜 못하냐는 반문을 들었다. 수영을 꼭 할 줄 알아야 하나? 나는 이미 충분히 물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여행을 가서 수영장이 있는 숙소에 묵게 될 때 부력 도구 없이는 놀 수 없는 게 조금씩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호핑 투어를 하며 수중에서 물고기 떼와 기념사진을 찍은 친구도 부러웠다. 어? 나 수영 배우고 싶다!


남는 건 시간인 백수. 게다가 퇴직금을 받아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겠다. 고향에 온 지 한 달 만에 수영 강습을 시작했다. 체력이 달리고, 말이 없고, 혼자 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내가 단체 강습을 잘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수영은 너어무 재미있었다. 물속에서는 잡생각도 다 사라지고, 오롯이 나 혼자였다. 요가 필라테스를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세요.'를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내가 처음으로 호흡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집중하지 않으면 바로 물 먹게 되니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ㅎㅎ).


강습을 시작한 초반에는 새롭게 할 줄 아는 것이 하루에 한 개쯤은 생겼다. 집에 돌아와 성취감에 젖어 먹는 컵라면은 얼마나 맛있던지. 오전에 수영장에 다녀왔지만 오후에 또 가고 싶은 날도 많았다.
5개월 차가 되어 회원님들과 스몰톡 하며 너스레는 좀 떨지만 50m 풀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숨을 헉헉 몰아 쉬고 강습 중반부터는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진다. 그래도 그동안 강습을 빠진 게 손에 꼽을 정도로 수영에 풍덩 빠졌다. 고향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수영을 시작하지도 이렇게 오래 다니지도 못했을 거 같다.


이제 정말 취미다운 취미를 말할 수 있게 됐다! 내 취미는 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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