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왜 공부해야 되나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제가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임에도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여러분은 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왜 공부해야 하는가
고영성, 신영준의 책 <완벽한 공부법>에서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소통/생존/즐거움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므로 소통하는 즐거움이 필요한 존재인데요. 우리의 정체성은 생각으로 나오고, 그 생각을 온전하게 표현하고 이해하는데 밑받침이 되는 행동이 바로 공부입니다. 그러한 소통을 통해서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쌓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므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공부의 가장 큰 이유는 <즐거움>입니다. 저는 공부는 즐거움이어야 하며,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즐거움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지긋지긋한 공부가 아닌,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부의 힘을 아이들이 느끼면서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아이들이 삶에서 느꼈으면 좋겠는 즐거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적용의 즐거움
공부를 재미없어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공부한 것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배운 것을 내 삶에 적용하고, 내가 배운 지식이 내 삶에서 작동되는 것을 느끼면 공부가 재미없을 수 없어요. 여행 한 곳을 가더라도 그 지역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이해가 있을 때 더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지요. 내가 공부한 지식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2. 나눔의 즐거움
혼자 공부하며 지식을 넓혀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가장 큰 즐거움은 내가 아는 지식, 내 교사로서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눔으로써 얻는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 강의 전달식 수업이 아닌 토론식 발표식 수업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렇게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돈은 나누면 반이 된다.
하지만 내가 공부해서 얻은 지식은 나누면
두 명이 아는 것이 되기 때문에 두 배가 된다.
나눌 때마다 두 배가 된다니 이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3. 몰입의 즐거움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은 몰입이 있는데요. 시카고 대학의 칙센트미하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여가를 즐길 때보다 일을 할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때 몰입을 경험하게 되며, 그러한 몰입의 경험으로 자기 성장을 느낄 때 인간은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렇게 큰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는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1. 증명보다 성장을 목표로 한다.
어떤 일을 하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목표가 없으면 그 실행 과정도 흐지부지해지기 일쑤이지요. 이 목표 설정의 첫 단추는 목표의 성격을 제대로 규정짓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공부를 통해 내가 지식을 넓히고 배움의 즐거움을 알며 나의 시야를 넓히기 위함이라면 이는 성장 목표입니다. 하지만 어떤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 또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면 이는 증명 목표입니다.
사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세우는 목표들은 증명 목표에 가깝지요. 증명 목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증명 목표 역시 열심히 공부하게 만드는 큰 동력이 되지요. 하지만 성장목표의 비중을 높여 나가는 것이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핵심입니다.
학생들의 시험과 입시 앞에서 성장 목표를 증명 목표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발전하고 있음을 격려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2. 제대로 된 방법으로 노력한다.
제대로 된 목표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도 중요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1만 시간의 법칙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데요. 무조건 1만 시간을 투입한다고 대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법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력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저는 제대로 된 방법, 즉 질적으로 우수한 방법은 이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밀도 높은 시간을 투자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영어공부를 1시간씩 10년을 한 사람과 10시간씩 1년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해 봅시다. 물론 1시간씩 꾸준히 10년이란 세월을 한다는 것도 굉장한 노력이지만, 10시간씩 1년 동안 몰입해서 한 사람이 훨씬 더 높은 수준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밀도 높은 노력으로 임계점을 뚫고 나면 이후에는 훨씬 적은 노력으로도 그 수준을 유지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앉아있느냐보다는 얼마나 집중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둘째, 자신의 능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작업을 반복한다.
운동을 할 때에도 점진적인 과부하를 통해 근육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능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나가야 됩니다. 쉬운 문제만 다량 푸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는 에릭슨이 말한 '의식적인 연습'에도 해당합니다. 나에게 조금 어려운 과제를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자신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길입니다.
셋째, 훌륭한 방법론을 찾는다.
현대 사회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올림픽 신기록 등도 계속 나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맨몸으로 하는 체조나 달리기 같은 종목들도 말이지요. 현재 사람들이 과거 사람들보다 월등히 신체 조건이 좋아서 일까요? 그보다는 과거의 시행착오들을 통해 개발된 부상을 덜 입게 하고 효과적으로 실력을 향상하는 운동 방법들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과거 우리나라가 독식했던 양궁, 쇼트트랙 같은 종목에서도 우리나라 코칭 기술들이 해외에 전파되면서 외국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겠지요. 무조건 열심히 하는 전략보다는 교육 전문가의 로드맵을 참고하는 것이 공부의 효율을 높여 줄 수 있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책 등을 통해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3. 공부 감정을 해치지 않고 공부한다.
13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아이들을 봐 왔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모두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니었습니다. 공부라면 지긋지긋한 아이들도 있고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하지만 도대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친구들도 많이 봐 왔습니다. 반면, 현재 공부 실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배우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아이들도 보았지요. 이 아이들의 차이는 공부에 대한 감정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받는 아이일지라도 공부를 할 때마다 긴장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학습을 지속하는 힘이 떨어집니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에 대한 감정이, 중학교에는 문해력이, 고등학교에는 끈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결국 이 끈기는 공부에 대한 감정에서 나옵니다.
뇌가 처음으로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곳이 망상활성계인데 이 망상활성계는 모든 정보를 통과시키지 않고 중요한 정보만을 여과해서 뇌로 전송한다고 합니다.
뇌는 당연하게도 공부보다는 생존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와 함께 들어오는 정보는 생존에 대한 경고로 인식하고 망상활성계에서 여과를 시킨다고 합니다. 학습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부분보다 생존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지요. 따라서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학습이 뇌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반면 긍정적인 감정으로 학습을 하면 창의력, 사고력, 판단력 등 모든 면이 더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 공부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며 학습할 수 있도록 부모님의 격려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녀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는 데 있다.
결국 공부의 목적은 '행복'이며 행복하게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 방법 같네요. 제대로 된 방법으로, 즐거움을 느끼며, 성장하는 삶을 사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