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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축해

엄마와 겨울 나들이

by 김미경

엄마를 모시고

강주 연못을 찾았습니다.


무릎 통증으로 걸음이 무거운

엄마를 부축하고 걷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런 데가 있었네~”

찬 공기 속 엄마 음성이 가볍습니다.

노래 교실도 요가도 멈춘 지 2년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데다

몇 달 전 담석 수술 후 부쩍 걷기가 힘드십니다.

‘빛을 내지 않는 별은 없다’가 적힌

핑크빛 벤치가 반갑습니다.

“엄마 요즘 불멍, 물멍, 풀멍 이런 게 유행이거든요?‘

우리도 멍 놀이 한번 해 보자고 했습니다.


벤치 가까운 카페 안을 살펴보니

햇살 드는 창가 계단식 좌석이

멍 놀이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엄마를 부축해

카페 안 계단식 소파에 등을 기대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앉자 마자 여러번 들은 옛날얘기 시작되다가

“아이고 저 나무는 겨울에도 새파랗게 좋네~”

자연은 역시 위대합니다.

수제 생강차도 한몫합니다.

엄마에게 저의 브런치 글 한 편 읽어드립니다.

“이런 거 하고 직장 다니고 살림은 언제 하노?”

“와~ 우리 딸 대단하네” 이런 말도 좀 해 보라고

킥킥대며 타박 했지만

걱정은 엄마의 사랑 방식입니다.



근처 맛집으로 자리를 옮겨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와~ 맛있겠다” 손뼉 치는 저에게

“집에 들어가서 먹지 돈을 쓰고 다니노..”

역시 우리 엄마입니다.


엄마~ 걱정보다 기도하고 믿고 해야 더 잘되거든요?

이 순간을 즐기며 기뻐해보세요~

난 또 엄마를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엄마 탓 그만하고

미소 띤 얼굴로

더 자주

’걱정 인형‘되어 드려야겠습니다.


돌아 나오며 본 진주 8경 현판

아직 가 볼 곳 많습니다.


엄마를 부축한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엄마를 부축해-1.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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