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경 Feb 15. 2022

섬진강 여인

마르지 않는 강

 

7시 30분 하동행 무궁화호

멈추는 역마다 철거덕 철거덕   

지친 내 몸 소리 같습니다.   

   

역에서 송림으로 섬진강 강줄기 따라

놀멍 쉴멍 걷다 보니 2만 보  

재첩 정식 한 상 섬진강 내음에

내 마음 어느새 윤슬이 됩니다.       

 



진한 재첩국 한 통 짊어지고  

들어선 하동역 뒷마을   

친구가 뒹구는 수세미를 주어 들고

와~! 반기건만 이미 은 것

      

그마저 재밌다며 깔깔대니

멀리 엄마 연세 어르신이 일손 멈추고 오십니다.

“안녕하세요~~수세미를 주웠다가 버렸어요”

“수세미 하나 줄까?”

마스크 너머 하회탈 눈매로 웃습니다.      


앞장서 불편하게 걸어가시는 뒷모습

노동의 세월 깊게 배였습니다.

와~ 집이 근사하네요

시골 인심은 대단해요

높은 음표 수다로 뒤따르며

드릴 게 없어 걱정하니

무슨 소리 하냐며 그냥 준다고 하십니다.      


“이거 하나 남았네~”

쑥- 내미는 수세미

씨름 선수 팔뚝만 합니다.  

촌스러운 도시 아줌마의 과한 리액션에

해마다 가지러 오는 사람 있다며 자랑하십니다.         


얽히고 설킨 섬유질 몸통에서

툴툴툴 쏟아지는 검은 씨앗

경이롭고 숭고합니다.

       

들고 있던 봉지에 반은 들어가는데도    

기어이 큰 비닐 찾아 건네주시니           

허리 90도로 접어 인사드리며  

언젠가 꼭 들릴 것을 속 다짐합니다.




원래 일하던 곳으로 가시어  

다시 삽을 잡습니다.

굽어진 등, 굵은 다리

앗! 그녀

섬진강 두꺼비를 닮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지켜준 신화 속 두꺼비

여인은 ‘두꺼비 섬, 나루터 진’ 이름 달고  

바다로 바다로 흐르는 강물입니다.      


저 일이 고되다면

저런 표정이 될 수 없겠지요

저 노동이 고되다면

노는 것을 일삼아서 하는 여자들에게  

하나 남은 커다란 수세미를 줄 리가 없습니다.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이 이제야 와닿습니다.   




창원행 6시 5분 1호차 9번 좌석

머리 위에 수세미 하나

가방 안에 든 재첩국 한 통

가슴에 섬진강 여인 품고   

저무는 강을 봅니다.  

    

어김없이 털거덕 털거덕

무궁화호 낡은 바퀴 소리

힘차고 위대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를 부축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