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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Apr 11. 2022

봄날, 멀리가지 않아도

나에게 자주 휴식을 선물하자

찬란한 봄날

허리 통증이라니

새 학교 새 업무 긴장한 탓도 있겠지만  

과하게 신경 쓰고 쉬지 않는 성격 탓이 클 것이다.     


일주일째 약침 맞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통증이 잡히지 않는다.

주말 남도 여행을 취소하고

진달래 덮인 가까운 천주산도 갈 수 없으니 슬프다.



한의원 다녀오는 길

동네 꽃이라도 보리라

집 앞 공원 작은 숲에서 신발을 벗는다.   

   

아파트 담장 너머 긴팔 흔드는  

노란 개나리의 춤사위 예술이다.

자전거 거치대 사이로 고개 내민

철쭉도 붉은 꽃불 세워 한낮을 밝힌다.

여기저기 꽃들이 지천이다.      


조금 걸었는데 허리에 신호가 온다.

평소 지나치던 숲속 벤치가 반갑다.

‘벌러덩’ 주변에 사람도 없으니 다행이다.   

  

코끝을 스치는 향긋한 봄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개 짖는 소리 차 소리 환상의 협주곡이다.

뻗은 나무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샤워 기분 좋다.     

 

앗! 꽃눈이다.

바닥에도 소복이 쌓인 꽃 눈

봄바람 휘날리는 꽃잎 사이로

홀로 누워도 지상 천국이다.


저 앞쪽 벚꽃 나무 아래

강아지와 함께 앉은 여인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풍광

역시 자연에 사람이 들어가야 좋다.

여인의 휴식도 나만큼 달콤할 것이리라      




벚꽃 눈 맨발로 걷고 오니

깊숙이 찾아든 봄 햇살 온 집에 가득하다.

선물 받은 다육이도 별 같은 꽃을 피우고 있다.

작은 꽃들 피워낸 집안 식물들 맞추며 천천히 물을 준다.

친구가 만든 쑥 인절미 입에 넣으니

허리 통증도 선물이다.       


“아직도 나는 날마다 새롭게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한다”라고 했던 모네처럼

우리 곁에 늘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멀리가지 않아도

작게 일하고

느리게 걷고

쉬어야 그 아름다운 것들이 발견된다.      


소중한 나에게 자주 휴식을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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