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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May 29. 2022

접시꽃이 피었습니다.

교실 옆에 핀 접시꽃 바라보기

학교가 온통 꽃이다.

인근 특성화고로 전근 한 후   

낯선 업무에 담임까지 맡아

숨이 턱에 찼던 신학기

위로가 된 것은 교정의 꽃들이다.

      

넓은 교정을 누비며 두 분이 가꾸신 꽃들   

매화, 벚꽃, 목련, 동백, 겹벚꽃, 철쭉, 영산홍, 꽃창포...

계절 따라 구역별로 아름답게 피고 져    

교정은 늘 울긋불긋 꽃 대궐이다.    

  



가장 놀라운 건 접시꽃이다.

본관 교실과 작업장 1층 창문 옆

나지막하게 심겨 있던 화초

6월이 다가오니 솟대처럼 자라    

둥근 등불을 켠 듯 하나둘씩 피어난다.

       

아이들은 꽃에 별 관심이 없다.

대부분 포켓몬 스티커 확보에 열중하고

과별 축구 대항에 열광하고   

자격증 따기에 여념이 없으며

밤에도 쇠를 깎으며 비지땀을 흘린다.   

뒷동산을 찾는 아이는 목적이 다르다.  

꽃과 눈 맞출 틈이 없다.       





오늘은 대청소 날   

실기실 쇳가루가 묻어오니

교실 바닥이 숙제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역할 제비뽑기한 후  

조를 짜서 팀플레이를 제안했다.   

   

얼떨결에 종이를 뽑은 아이들

모두 동참하니 놀이가 된다.

“누구 아무것도 안 했어요~ 누구 놀아요~”

들릴 법한 말 대신 재밌다며

수세미, 빗자루, 걸레 들고 분주하다.        


착한 현빈이 워낙 꼼꼼하여  

다 안 닦았다며 창문 청소 끝내지 못하니    

“도와줘도 되죠?” 하며 수영이가 붙는다.       

아이들도 오늘은

다그치지 않고 얌전히 기다린다.


현빈이 수영이 자리에 앉으니

모두들 얼굴이 말갛다.

공간을 청소하면 마음의 때도

닦인다는 말이 분명하다.


       

교실 창문 너머로 놀라운 광경

“와!~~얘들아 저기 창밖을 봐!”

“와~”

교실을 보고 있는 접시꽃과

아이들 눈이 정확히 맞았다.

“너무 예쁘지?”

“네~~~”

모두 순간 접시꽃이 된다.      

 

“오늘 너무 수고했고 선물로 5분 일찍 보내줍니다.”

더 큰 함성으로 “와~~”

역시 아이들은 꽃보다 칼 종례다.    

  



폭행하는 엄마를 피해 시설로 간 아이

어머니 잃은 슬픔 채 씻기지 않은 아이

자신이 살림을 해야 하는 아이  

가슴 아픈 사연 많지만    

생명의 기운 넘치는 아이들

  

그 곁에

접시꽃 심으신 마음

기도되어   

저 마다의 때가 되면

더 곱게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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