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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Sep 09. 2022

새벽 장 어머니들

재래시장을 가보셨나요?

진주 중앙시장

명절 뒤 아버지 기제사

아침 일찍 엄마를 따라나선다.   

7시인데도 웅성웅성 북적인다.     

 

시장은 연세 드신 여인들의 세상  

젊은 주부들은 늦은 밤  

부부 함께 대형 마트를 찾겠지     

  

무릎 아프신 엄마   

더 싱싱한 생선 고르느라

나보다 빠르시다


생생한 삶의 모습들

먹거리 속 모르는 이의 노동이  

절실히 감사한 순간이다.      



엄마가 고른  것 들고 나오는 길  

마음을 끄는 희고 푸른 잔 파 다발

아들 생각으로 멈춰 서  

감히 두 단을 샀다.      


엄마를 돕지 못한 채

동료 모친상을 다녀와 보니

파 끝의 변색이 위태롭다.

당장 씻기 시작했다.    

      

김치 중 제일 쉽다는 파김치  

너무 많이 샀다.

유튜브를 보고 또 보며   

몸도 반쯤 파김치 되어간다.    

  



“그걸 그냥 사지 뭐 할라꼬 담노...”

TV 보던 투박한 경상도 남자

걱정해 주는 말이 늘 이렇다.    

  

한마디 쏘아줄 힘도

탄력 있게 농칠 힘도 없다.

마음을 반영한 듯

믹서기가 작동을 멈춘다.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나사를 풀더니 재빠르게 고친다.

‘이과 남’이 좋을 때도 있다.        


“와~ 실력 좋네~!감탄하니

묵묵히 갈아 주고 씻어 준다.

해야 할 일 하는데도 고맙다

큰 김치통이 반 이상 찬다.      


빨갛고 순하게 누운 모습

하나 잡아 입에 넣으니     

알싸하고 달짝지근한 맛 제법이다.

‘우영우’ 처럼 뿌듯하다.




새벽 시장에서 만난   

우리네 어머니들을 그려 본다.  

명절을 앞두고

예상되는 노동도 잊은 채

가족 생각하며 무언가를 고르는

구부정한 뒷모습


‘사랑해요~ 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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