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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Oct 01. 2022

풀밭의 노래

길을 걷고 풀밭에 꽃들을 보아요

변산 마실 길을 걸었습니다.

길, 바다, 갯벌, 어선, 마을들

새롭게 만난 것들 많지만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작은 풀꽃들입니다.     


해풍에 의연한 나무도 대단하지만 

납작 엎드려 잡초라는 오명 개의치 않고

동글이 뾰족이 길쭉이 서로 의지하며 

피워낸 빛나는 풀꽃  

그 위를 팔랑대는 나비들 

천상과 지상의 하모니입니다.      



언제 한번 자세히 보았던가?

시간보다 마음이 있어야 보이는 것   

나의 마실길 트레킹은  

풀꽃들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이후 걸어서 출퇴근 한지 2주

걷기는 나의 일상이 되고     

길가 풀숲을 더듬는 일이   

습관이 되어갑니다. 


안녕? 참 예쁘구나 

네 이름은 뭐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다니 

참 장 하구나      


파랑 나비가 앉은 듯한 달개비

별이 지상에 꽃이 되었다는 별꽃  

배곯은 한으로 밥풀 물고 태어난 꽃며느리밥풀

갓 돋아난 아기 이빨 닮은 털별꽃아재비

안타까운 사랑 품은 그리움의 꽃 쑥부쟁이 

알고 보면 약초이고 꽃 차인 존재 

이름에도 사랑이 가득합니다.      



조금 외로운 날도 

조금 속상한 날도 

걷다 보면 기운 차오르고   

작은 풀꽃들 음성 들립니다.      


“기쁘게 살아요~”

“다 잘될 거예요”     


“그래그래 고마워”


나도 풀숲에 들어 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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