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자신을 잃어버리는 무서운 병

by 연산동 이자까야

장례식장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질문과 답이 있습니다. 조문객은 상주에게 고인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묻습니다. 그러면 상주는 어떤 사유인지 설명합니다. 그 말을 듣고 조문객은 공감을 하면서 위로를 합니다. 특히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이 비슷한 사유로 세상을 떠난 조문객은 상주의 아픔을 가슴 깊게 느낍니다.


그러면서 평소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가령 이렇습니다. "우리 어머님도 그 병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아버님도 요양병원에서 3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등등.


그런 대화들이 오갈 수 있는 건 장례식장이란 공간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평소 아무리 친한 관계라고 해도 가족사를 자세하게 드러낼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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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아마도 치매일 겁니다. 치매는 한마디로 모든 걸 잊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병의 경중에 따라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가장 힘겨운 사람은 자신을 잃어버린 환자 본인입니다. 물론 자신을 잃은 환자를 곁에서 지켜보고 간병하는 가족들도 힘이 듭니다. 그런 까닭에 장례식장에서 상주와 조문객이 가장 공감을 많이 하는 병이 바로 치매일 겁니다.


너무 극단적인 상황을 먼저 거론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치매는 무섭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니까요.


17일 부산 남구 용호동 '오륙도인생후반전지원센터'에서 의미 깊은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레벤그리다 세대공감톡톡 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이 노인회상지도사를 양성하는 '기억 이어드림(Year-Dream)' 프로그램 성과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노인회상지도사는 치매 등으로 인지·기억 능력이 약해진 어르신이 옛 기억을 회상하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처음 들어본 직업일 겁니다. 올해가 프로그램 첫해로 보건복지부 등의 지원을 받아 남·수영구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됐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남·수영구 주민 50여 명은 지난 3월부터 상담 이론을 배우는 한편 주간보호센터 등에 직접 나가 어르신들의 기억 회상을 도왔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옛 기억을 동화나 그림 같은 작품으로 만드는 게 여러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기억이라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의 희미해진 기억을 다시 순환시켜 드리는 과정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참가자 대부분은 내년부터 치매 5~6급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활동을 벌입니다. 점점 사라지는 기억을 부여잡고 지키려는 치매 환자들에게 노인회상지도사가 기록한 그림이나 동화는 분명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동화나 그림을 보고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게 치매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 됩니다. 노인회상지도사의 기록은 치매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삶의 발자취이고 인간의 존엄성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치매로 고생하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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