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륵은 조선시대 지독한 구두쇠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기를 천장에 매달아 반찬으로 삼은 일화가 유명합니다. 그는 아낀 재산을 어떻게 썼을까요? 가뭄에 시달리던 영·호남 1만여 가구에 구휼미를 나눠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륵이 살던 고을 현감들도 ‘자인고비’(慈仁考碑)라는 송덕비를 세워 어려운 이웃을 도운 조륵을 칭송했다고 하네요. 요즘으로 치면 자선가였던 셈.
영의정 황희도 청빈의 대명사. 세종은 황희의 살림살이를 돕기 위해 묘책을 짜냅니다. 어느 하루를 정해 사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계란을 모두 그의 집으로 보내기로 한 것. 하필이면 그날 홍수가 나서 계란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구한 계란은 모두 곯아 내버려야 했습니다. 계란유골(鷄卵有骨)이란 말이 이때 생겼다고 하네요.
황희의 부인 최 씨도 남편 못지 않았습니다. 조정 대신 부인들과 함께 나들이를 간 최 씨는 점심으로 꽁보리밥과 무말랭이·된장깻잎·장아찌를 준비했다가 놀림을 당합니다. “국사를 다루는 당상관의 부인들이 옷·노리개나 자랑하고 허영과 사치스런 작태를 보여서야 어찌 바깥에서 올바른 나랏일을 볼 수 있으리오.” 최 씨의 꾸짖음에 나들이가 어떻게 끝났을지 짐작이 갑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산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로펌 고액 보수에 이어 부동산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 한 후보자가 지난해 서울 신문로1가 주택을 100억 원 가량에 매물로 내놨던 것으로 알려지자 재산규모에 대한 다양한 추측도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로펌에서 4년 4개월 동안 고문료 18억 원을 받은 점과 지난 1년간 대기업 사외이사를 겸임하면서 약 8200만 원을 수령한 사실을 두고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합니다.
공직자라고 해서 부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퇴직해 민간기업에서 높은 보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부자라서 비난받아서도 안됩니다. 다만 재산 축적 과정은 깨끗해야 합니다. 한 후보자의 재산이 국회 인사청문회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