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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Dec 20. 2024

탄핵이란 무엇인가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탄핵'으로 정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5시께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습니다.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였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2일 만입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노무현(2004년) 박근혜(2016년) 전 대통령 이후 세 번째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인데요. 탄핵이란 무엇이고, 가결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탄핵(彈劾). 말 그대로 따지고 캐묻는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인 파면 절차에 따라 형사상 재판을 청구하거나 징계하기 어려운 대통령, 고위직 공무원, 법관 등을 국회에서 소추해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일인데요. 헌법이나 법률을 어겼을 때 탄핵 대상이 됩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령 위헌 논란'과 '내란죄' 혐의가 탄핵 사유로 명시됐습니다. 군·경을 국회에 투입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막도록 지시해 대한민국 평온을 해치는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죠. 또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했는지도 쟁점입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한 '국회의 검사·국무위원 탄핵 시도, 예산 처리 지연으로 인한 국가 기능 마비'가 과연 비상계엄 이유가 될 수 있냐는 것.


탄핵은 ①국회에서 탄핵안을 올려 가결되면 ②헌법재판소에서 심리를 벌여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로 이뤄집니다. 현재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한 상태죠. 대통령 신분 자체가 박탈된 것은 아니기에 ‘대통령’이라는 호칭과 의전, 경호는 유지됩니다.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으므로, 이제 대통령 탄핵의 열쇠는 헌재가 쥐게 됐습니다. 헌재의 시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헌재는 탄핵 심판을 벌여 파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요. 총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대통령은 파면됩니다. 6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기각된 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되죠. 그런데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만 재임 중입니다. 그러니까 3명이 공석인데요. 탄핵 인용에는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해 6인 체제에서는 반드시 만장일치가 필요합니다. 재판관 1명이라도 반대하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기각됩니다.


'재판관 3명을 빨리 임용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되물을 수도 있는데, 그리 쉽게 '임용하자'고 할 수 없습니다. 복잡한 정치 셈법이 얽혔기 때문이죠. 여당은 '6인 체제', 야당은 '9인 체제'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공석인 재판관 3명의 임명을 놓고 치열한 대립을 이어갑니다.


윤 대통령은 국가 원수 및 행정부 수반의 권한이 정지됐습니다. 그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는 없기에 행정부 수반의 권한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넘어갔는데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죠.


국민의힘은 6인 체제를 고집합니다. 재판관 1명만 반대해도 탄핵이 기각돼 여당에 유리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에는 그럴 수 없다고 봐야 한다.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전까지는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9인 체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입니다. 9인 체제에서 심리해야 몇 명이 반대하더라도 탄핵이 인용되니까요. 민주당은 현재 공석인 재판관 3명은 국회 몫이므로 권한대행이 형식적 임명권을 행사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맞섭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 직무 정지 때 권한대행이 임명을 못 한다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 직무 정지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지만, 사실은 여야가 각자 유리한 위치에 서려고 치열하게 다투는 겁니다. 6인이냐 9인이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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