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오더를 받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그걸 해야 하는지 오랜 시간 고민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이 ‘주민이 참여하는 자전거 라이딩’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제시한 ‘WHY’는 크게 3가지였다.
첫째,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비인기종목인 사이클 장려를 위해 2006년부터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프로 사이클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5관왕 선수를 배출하고 많은 국가대표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한 사이클팀이지만 대회 참가 외에는 사이클팀을 활용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LX사이클팀은 자전거동호인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가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LX사이클팀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둘째, 공공기관 지방이전정책에 따라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서울 여의도를 떠나 자리 잡은 전북 전주시는 서울시와 함께 국내에 단 2곳 밖에 없는 자전거 관련 부서가 있는 지자체였다.
전주시 자체에서 자전거 장려를 위해 많은 정책들과 활동들을 하고 있고, 전주시는 자전거 동호인 육성, 학교와 연계한 자전거 교육 등 다양한 활동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하기 위한 기반이 조성된 상태였기에 자전거를 주제로 한 홍보기획은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셋째, LX는 전북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역을 위해 많은 공헌활동을 하고 있으나, 대규모 인원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전무해서 지역에서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였다.
같은 이전기관으로 국민연금이라는 큰 공공기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역에서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대규모 행사 개최라는 큰 이벤트가 좋은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이 Why에 대한 이 세 가지 해답을 찾고 나서 홍보기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어떤 상사가 와도 이 홍보기획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에 힘 있게 행사를 기획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What’에 대한 내용도 작성할 수 있었다.
Why와 What으로 기획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면(내 경우에는 What이 이미 정해져서 내려왔었다고 봐야 한다).
이제 ‘How’를 고민할 차례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기획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행사라면 행사내용, 참석대상, 진행순서, 홍보방법, 소요예산까지 가장 많은 준비와 자료조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다.
아마 기관마다 다양한 행사와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 부서가 아니더라고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개최한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자전거행사를 추진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 하고 있을 때, 점심 식사 중 한 선배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면서 약 10여 년 전에 공사에서 비슷한 행사를 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듣고 수소문 끝에 소규모로 진행했었던 자전거대회 개최 계획(안)을 찾아낸 적이 있었다.
막막했던 앞길에 조그마한 빛을 찾은 기분이랄까?
그 자료를 바탕으로 간단한 행사 구성안을 만들어서 전주시와 협의를 진행했고, 전주시에서는 흔쾌히 행사 공동 개최를 수락했다.
자전거 관련 인프라가 있었던 전주시는 관련 인원 모집, 경찰서등 관공서 협조를 맡았고 우리 LX는 전체적인 행사진행과 무대설치 등을 맡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행사를 기획했었다.
2018년에 진행된 자전거행사는 축하공연, 단체 자전거 라이딩, 팬 사인회, 경품추첨 등으로 구성된 행사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2,000여 명이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사인 받으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면 어쩌지?’
걱정했었던 LX사이클팀의 팬 사인회는 줄이 너무 길어서 중간에 끊고 진행을 해야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였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평소에 달려보지 못했던 도심의 8차선 대로를 국가대표가 포함된 LX사이클팀과 함께 2,000여 명이 자전거로 달리는 모습은 장관을 이루며 각종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었다.
홍보부서에 와서 아직 업무파악도 잘 안된 상태의 첫 홍보기획이기에 많이 힘들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장 보람 있었고 성취감이 느껴졌던 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