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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별 Feb 21. 2024

라라랜드, 달콤하고도 씁쓸한

사랑이 변하나요?

라라랜드, 누구나 ‘그 영화 좋지!' '인생 영화야' 라고 코멘트 할 그런 영화이다.

어느 날 문득 n번째 감상한 라라랜드에서 나는 이전보다 더 깊은 달콤함과 씁쓸함을 느낄 수 있다.




1. 삶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뒤흔드는, 미아의 'Someone in the Crowd' 

내 꿈을 이뤄줄 Someone, Somewhere


오디션에 떨어지고 무기력해진 배우 지망생 미아에게 룸메이트들은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며 그녀를 파티에 끌고 간다. 수많은 사람 중 나를 목적지로 이끌어 줄 누군가를 찾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곡 Someone in the crowd 를 신나게 부르며 파티장에 도착한 미아. 

하지만 파티에서도 왠지 모를 소외감, 불편함을 느끼며 홀로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노래한다.


Somewhere there's a place where I find who I'm gonna be

복잡하게 돌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내가 나로 발견될 곳을 찾고 싶어,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찾고 싶어 


Someone in the crowd will take you flying off the ground, 

if you're the someone Ready to be found 

군중 속에 너에게 날개를 달아 줄 누군가가 있을거야, 

만약 네가 발견될 '준비'가 되어있다면. 


내가 '나'로 발견될 수 있는 곳, 그 곳을 찾기 위해 우리는 모두 애쓰고 있는 것 아닐까? 그 곳이 직장이던 사람이던.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곳. 여기가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구나, 하는 곳을 우리 모두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2. 세바스찬이 발견되는 곳, ‘Mia & Sebastian’s theme’

먹고 살기에 밀려난, '꿈'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하는 재즈를 너무나 사랑하는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재즈바를 여는 것이 꿈이자 목표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고, 레스토랑에서 무료한 연주를 이어 나가는 것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재즈 곡을 연주하게 되고,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 그 연주에 미아가 홀린듯 레스토랑으로 들어온다. 모두가 웃고 떠드느라 정신 없는 그 곳에서 오직 미아만 그의 연주에 오롯이 집중한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세바스찬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발견되는 곳은, 미아였다.

그 날 세바스찬은 재즈를 연주했다는 이유로 레스토랑에서 해고된다. 

하지만 그가 재즈를 연주했기에, 미아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3.  미아와 세바스찬, 그들만의 ‘City of stars’

#나를 알아주는 사람


두 주인공은 연애 감정을 넘어, 그 누구보다 서로의 꿈과 삶을 지지하고 사랑했다.

현실에 지쳐 포기하려 할 때마다, 방향이 어긋나려 할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 주고 처음의 그 마음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었다. 세바스찬이 미아를 위해 자신의 방향성과는 전혀 다른 밴드에서 일할 때에도 미아는 네가 원하는 음악을 하라며 그의 정체성을 지켜주었고, 미아가 계속되는 오디션 낙방에 지쳐 배우의 꿈을 포기하려 할 때, 세바스찬은 미아의 본가까지 찾아가 오디션장으로 데려 갈 정도로 그녀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미아 자신보다도) 믿는다. 너는 반드시 잘 될거라고, 모든 진심과 확신을 다해 이야기해준다.





4. 사랑과 인연은 동의어가 아니다, ‘Epilogue’

#그런 엔딩


사람들은 라라랜드의 결말을 두고 일과 사랑 사이를 이야기하지만, 나는 사랑과 인연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영화 후반부에 두 사람은 다행히도 각자의 꿈을 이루게 되지만, 더 이상 함께 하지는 않는다. 

세바스찬의 도움으로 얻은 오디션 기회를 계기로 미아는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걷게 되었고, 세바스찬 또한 모두가 비웃는 자신의 꿈을 지지해준 미아 덕분에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마침내 꿈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있었기에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감정과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사람들의 인연을, 그리고 그 기한을 정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 때 나에게 운명 같은 인연이 찾아왔듯이,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인연이 찾아온다.

그렇게 사람은, 삶은 변해간다.



# 만약 세바스찬이 미아와 함께 파리에 갔다면


누구나 지나간 아쉬운 인연을 두고 '만약 그 때 ~ 했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만약 세바스찬이 미아를 따라 파리에 갔다면, 그들은 계속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렇게 함께 했다면 둘은 행복했을까?


그 답은 영화 중반부에서 찾을 수 있다.

세바스찬은 미아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있지만, 미아는 그렇지 않다.

자신을 위해 변하는 세바스찬이 반갑지도 않다. 그런 미아의 방식을 세바스찬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침내 둘의 간극을 좁혀줄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사랑이나, 대화가 아닌

미아의 오디션 기회 뿐이었다.


함께한다고 해서 죽을만큼 사랑하는 것도,

함께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함께하지 않기에, 비로소 영원히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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