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오랜만에 친한 작가님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둘 다 본업에서 뛰쳐나와 현재는 육아를 본업으로 삼고 있으며 나다운 삶의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기에 만나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최근 작가님은 파트타임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 이야기도 듣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작가님이 최근 시작한 일은 어느 유튜버 채널의 PD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데 기회를 얻게 된 방식이 너무 자기 계발 에세이에 등장하는 이야기 같아 흥미로웠다.
해당 채널은 작가님이 평소 즐겨 듣던 채널이라고 했다. 그 유튜버의 본 채널은 이미 9년 가까이 되었는데, 초창기부터 본 채널의 구독자였기에 서브 채널도 자연스레 즐겨 듣고 있었다고 했다. 오래된 만큼 댓글 소통도 나누고 종종 DM(디렉트 메시지)도 나눌 만큼 그분과 관계의 거리가 좁혀져 있던 중 우연히 커피 한 잔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만남의 자리에서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자기 계발 에세이 같은 부분은 바로 이다음이었다. 그동안 모닝페이지를 꾸준히 써왔던 작가님은 해당 채널에서 받는 느낌이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 유튜버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기록했다고 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이상향에 가까운 그분의 모습을 모닝 페이지 속에 담아 오길 수개월, 그분과 함께 일하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혹,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라면 내가 어떤 부분에서 자기 계발 에세이 같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내가 바라는 삶을 시각화하고 그것을 손으로 써 내려가면 이루어진다는 그 말이 정말 현실이 되었다. 물론 이런 기회를 얻게 된 이유가 단순히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끌어당김의 법칙만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평소 한 사람의 삶에는 모든 것이 함께 작동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꽤 흥분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 작가님이 PD로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없는 날들 동안 자기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애쓴 작가님의 지난 시간이다. 그 사이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때론 참가자로, 또 때론 운영진으로 보낸 경험 자산을 통해 어떤 부분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에 대해 전보다 더 깊이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해당 제안을 받았을 때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상호 합의 하에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나다운 삶이란 어떤 삶이어야 하는가? 나는 오늘 작가님과의 대화를 통해 한 가지 답을 발견했다. 나다운 삶이란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점이다. 지난 시간 내가 접했던 '나다운 삶'의 메시지는 대부분 결과 중심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결과는 역시 월급보다 더 높은 소득이거나 아니면 여유로운 삶의 모습이었다.
이런 콘텐츠를 자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재능들이 위와 같은 결과에 도달하지 않으면 재능이 아니라고 여기는 큰 착각 속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과정에 집중하면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진다. 나에게 있는 수많은 재능들이 비록 내세울 것은 하나 없어 보여도 그것들은 모두 '나'라는 우주에서 빛나는 별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다운 삶을 산다는 건 기본적으로 나로부터 출발하는 삶의 여정이다. 즉, 나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계, 일, 취미활동 등으로 삶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일과 삶의 밸런스가 형성되며 결과적으로 타인의 삶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답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는 건 결국 나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땐 성급하게 어떤 결과에 나를 억지로 접붙이며 마치 뭐라도 이뤄낸 것 마냥 도취감에 빠지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나를 탐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좋은 시간이 바로 일상 영역이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아도 되는 그 시간.
작가님에겐 모닝페이지를 쓰는 시간이 바로 그 시간이었고 나에겐 내 일상을 살피며 글을 쓰는 시간이 그런 시간이다.
우린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지금 내 삶이 진짜 내가 좋아해서 몰입할 수 있는 삶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 부족한 상태로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공허함이 밀려오는 것이다. 나다운 삶이란 결국 매일 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통해 완성된다. 질문이 있어야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내 삶을 돌아보며 어떤 질문을 품었는지 곱씹어 보자. 나는 오늘 나의 어떤 점을 알았는지 한 번 짤막한 기록으로라도 남겨보자. 나답게 살아가는 건 사실 거창한 게 아니라 매일 나와 가까워지는 삶의 여정이다.
무엇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날과 때론 깊은 슬픔에 남기는 날도,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하루도 모두 '삶'이라는 연속된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여정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이다. 그러니 모든 날들이 소중할 수밖에 없고 어떤 경험도 버릴 게 없다.
나다움은 타인의 시선으로 발견되기엔 한계가 있다. 그 빛은 나의 눈에만 보인다. 그러니 나에게 더 깊어져 보자. 나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보자. 나는 이미 모든 답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