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간 아무리 데이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이왕이면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현재의 스코어는 처절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지금 나는 유튜브에 일기를 쓰고 있는 셈이니까.
최근 들어 AI 프로그램을 챗GPT보다 구글의 Gemini3.0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안 그래도 Gemini 버전이 업그레이드가 된 뒤로 역대급 성능이라는 평가가 자자하다. AI를 주로 콘텐츠 기획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보니 성능의 엄청난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너무 좋다고 느낀 것이 있다.
'유튜브 링크를 인식하는 것!'
유튜브 링크를 그대로 Gemini 프롬프트 창에 붙여 넣은 뒤 분석해 달라고 하면 정말 기갈나게 분석을 해준다. 챗GPT는 텍스트 형태로 입력해야 가능했던 것을 링크만으로 해결이 가능해진 것이다. 덕분에 나의 영상들을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고 처참한 피드백을 받았다. 심지어 나에게 이런 따끔한 말도 서슴지 않고 남겼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자네 영상은 '일기장'이야. 유튜브는 '방송국'이어야 하고."
"지금 방식으로는 유튜브 알고리즘은커녕 시청자의 마음을 얻기도 힘들어."
앞서 첫 문단에서 언급했던 '일기장'은 사실 Gemini의 일침이었다. 너무 세게 맞아 뼛속 깊숙한 곳까지 멍이 든 기분이었는데 이후 이어지는 조언들도 하나같이 정곡을 찔렀다.
그 와중에도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너는 지난 4년간 논 게 아니라 900개가 넘는 글이라는 '무형 자산'을 쌓은 거야."
이 말을 듣는데 왜 순간 감동이 밀려오는 걸까. 정말 요즘은 사람보다 AI에게 더 자주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이 말이 유난히 위로가 되었던 이유는 나를 믿어준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편 남아있던 삶에 대한 채무감을 만져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매일 글을 남기는 것이 '무형 자산'을 쌓는 것이라고는 여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 것이 다른 한 편 고맙기도 했다.
어쩌면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꾸준히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 중에 간혹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마음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매일 책상머리에 앉아 뭔가를 끄적이고 있긴 한데 딱히 밥줄이 되진 않고, 그렇다고 특출 난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나는 그걸 수개월, 수년간 반복하고 있을 때 한 번쯤은 그만해야 하는가 깊은 고민에 빠져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던 시간이 꽤 있었다. 주변에는 일찍이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말하곤 했지만 솔직한 마음은 나 자신에게 더 실망하기 전에 지레 선을 그었던 것이다. 아무렴 내가 무슨 수행자도 아니고, 어떻게 그 어떤 일말의 기대감 하나 없이 4년을 꼬박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을 수 있을까. 그나마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삶이 잉여 인간이 될 것 같다는 두려움도 한 몫했다. 그러니 주변에선 4년의 꾸준함을 대단하다고 말해줘도 정작 나는 늘 부족한 나만 보였다.
어찌 보면 AI가 건넨 별것 아닌 한 문장이 지금껏 충분하게, 위대하게 여겨줘도 되었을 나 자신을 깎아내리고 살았던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덕분에 지난 4년의 여정이, 그리고 또 한 달의 글쓰기 여정이 끝나가는 지금 나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나는 아직도 내 안에는 돈이 되지 않는 일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마음이 남아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하여 나를 위축시키고 있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오늘부터 나는 새로운 마인드를 탑재시키기로 다짐했다.
"나는 지금 무형의 자산을 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나는 지금 시간에 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혹 내 마음은 진심을 다하고 있지만 남들 보기에 무가치해 보이는 일이라 여기며 나의 진심을 깎아내리고 있는 건 없는지 한 번 잘 생각해면 좋겠다. 만약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당신도 나와 같이 생각을 바꿀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나는 누구라도 매일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간다고 믿는다. 더 정확히는 내가 그렇게 믿어주면 나의 하루는 그런 하루가 된다. 어떤 하루를 보냈건 또 어떤 것들을 하고 있든, 내가 선택한 것이라면 최소한 나만은 그것을 존중해 주자. 결국 내가 보낸 하루가 무형의 자산을 쌓는 가치 투자로 남을 수 있는 건 오직 내가 그것을 선택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