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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14. 2024

나만의 깨알 만족감을 채우기

어젯밤, 알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꼈다. '하, 또 왔구나.' 이제는 왜 오는지 이유를 명확히 알기에 심호흡하며 흘려보내려 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오래 머무르다 가는 걸 느끼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내일은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자극을 느껴야겠다.' 그리고 오늘. 예정대로 새로운 장소에 갔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우선 공간과 나 사이의 긴장감을 덜어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마침 손님이 별로 없었다. 먼저 오늘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봤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창 너머 파란 하늘과 정원에 심긴 나무의 푸릇한 일렁임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마치 개인 집무실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차분한 마음으로 어제의 무기력감을 복기해 본다. 어젯밤 찾아왔던 무기력감은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찾아왔다. 비교의식이 일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제는 자기반성이 그 원인이었다. 월요일 미팅 이후에 어쩐지 나만 느슨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더 열심히 살아야 돼!' 버튼을 눌러버린 셈이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반성이 아니라 칭찬이었는데. 계획을 지켜 내려고 애쓴 마음을 인정해 줬어야 했는데. 습관적 반성은 밑 빠진 독이 되어 내가 지켜낸 시간으로 채워졌던 만족감을 물이 새어 나가게 만들었다.


문득 '깨알 같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깨알은 작은 것들 중에서도 매우 작다. 행복을 위해선 깨알만큼의 성실함과 성취에도 만족감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동안 나를 돌아보며 알게 된 건 나는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사람이란 것이다. 언제, 누가 세웠는지도 모르는 삶의 기준 앞에 매일 나를 평가하며 성패를 따지니 깨알 같은 만족감은 성에 차지 않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했다. 나의 삶은 늘 거창한 무언가에 도전해야만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긴장과 압박을 주고 있었다.


주변에 유난히 밝고 삶의 만족도가 대체로 높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깨알만족도'가 높게 유지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과 자유도가 높은 삶. 이런 것들은 결국 누구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부여하는 것임을 이들을 통해 깨닫는다.


무기력감과 만족감은 모두 내 안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건 그것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감정이 올라오게 만드는 빙산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만 한다. 킨드라 홀의 저서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에서는 과거의 삶으로부터 차곡차곡 쌓인 반복된 경험이나, 지극히 사소한 경험 중에 그 영향력만큼은 사소하지 않은 어떤 사건으로부터 빙산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빙산의 일각을 발견한다면 그 아래 빙산으로 내려가야만 한다고.


책을 읽으며 떠 올린 건 지난 3년, 나의 글쓰기는 빙산을 탐험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삶을 나아지게 만들거나 망가지게 만드는 것의 열쇠는 모두 나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를 깊이 아는 게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멈추지 않고 글을 쓰는 건 이 때문이다. 나아지고 싶기에.


무기력감이 올 땐 저항하지 않고 그저 어서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 순간 나는 가라앉는다. 그러나 글을 쓰며 알아챈 빙산의 존재 덕분에 가라앉더라도 잠수하거나 침몰하진 않는다. 힘을 빼고 다시 떠오르기를 차분히 기다린다. 


삶은 누구에게나 부침이 존재한다. 중요한 건 나만의 대처 방법을 아는 것이다. 좋아하는 분위기의 낯선 장소, 그리고 글쓰기. 나에겐 이 두 가지가 명약이고 깨알 만족감을 주는 요소다. 덕분에 오늘 잘 회복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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