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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라이블리 Aug 09. 2022

의사가 영양을 알아? 판도라 상자를 연 내 앞엔...

나는 사실,

내 친구들, 혹은 후배들이 버는 것의 반도 못버는,

연봉을 스스로 후려친 의사다.


스스로 연봉을 후려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판도라 상자 속으로 걸어들어갈

시간과 힘을 확보하기 위해.



그렇게 패기를 부리며

판도라 상자 속으로 걸어들어갔건만,

내 앞에 놓인 현실은 정말이지... 혼돈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었다.

확실한건 이거 하나 정도였다.



네가 아는 것 이상의 세상이 있어.




그러나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그곳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그곳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허허....




그래서 나는 나에게 오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곤 한다.




대체 뭐가 건강하게 먹는거죠???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하는데,

대체 뭐가 맞는거죠?

말이 너무 달라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요.



그야말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돈의 세상,

전문가라 불리는 나도 이렇게 어지럽고 어려운데, 다른 분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그래도 그 시절의 나에게는 상당한 투지가 있었다.


잠재되어있던 반항 기질 덕분인지,

아니면 내 두드러기 하나조차 치료할 수 없던 내 무능에 대한 책임감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리만큼 투철한 의지로 공부를 시작했다.



닥치는대로 읽었고, 들었고, 시험해봤다.

과정은 물론 험난했다...ㅎㅎ



영양에 대한 기존 개념을 깨주었던 식단이 나에게는 '키토제닉 식단'이어서,

이 식단을 접했을때는 이건 꼭 해봐야 하는 식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봐야 하는 식단이라는 생각이 들면? 해야지.


해야지 생각하고 보니까, 키토베닉의 탄단지 비율에 맞추어 식단을 배달해주는 업체가 있는거였다!


아!! 땡큐베리머치 (+ 와... 이 사람들은 참 벌써 이걸로 사업을 하고 있네..ㅠㅠ) 하며 주문을 했다.



기름이 너무너무 많았던 그 식단.

패기넘치게 두끼를 도시락으로 먹었는데....



후후... 평소에도 지방을 잘 소화를 못시켰던 나는

그날 이후 하루 온종일 구토와 설사에 시달렸다....


후유증이 일주일 내내 지속되어 정말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지방에 'ㅈ'만 들어도 뭔가 올라올 태세였다.




물론 한동안은 지방의 'ㅈ'도 다시 보지 않았지만,

또다시 망각이 주특기인 나는 다시 시도를 했다.

이제는 제발 좀 덜 무식하게 해보자.



무식한데, 덜 무식하게가 되나.

방향을 잡아나가보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참 어려웠다.



식단을 이렇게도 조정했다가, 저렇게도 조정했다가.

여기서는 저말이 맞고, 저기서는 저말이 맞다니까 또 해보고.

그 분야에서 유명하신 인플루언서 분을 찾아가보기도 하고.

진짜 많이도 헤맸다.



헤매면서 한번씩 현타가 오면, 내 지난 세월들을 돌아봤다.

'영양'이라는 분야에서, 의사 자격증, 전문의 자격증은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맨땅에 헤딩을 하고 나니....

역시 인생의 '짬'이라는 게 빛을 발할 때가 오더라.



나는 무려 화학, 생물, 의학을 모두 전공한 전공자다.

(실컷 맨땅에 헤딩하고 이 얘기를 하려니 무척 민망하다...;;;)



어느 정도 헤매다 보니, 드디어!!!!

뭔가 희미한 윤곽이라도 보이는거였다.



아.....!

우리 몸에서 '장건강'이 정말정말 중요하구나.

우리 몸에서 '호르몬'이라는 걸 모르고는 건강을 논할 수 없겠구나.






나는 참... 신기한 사람인게, 이걸 알고 나니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였다.

그리고 나만 알게 아니라, 사람들이랑 같이 해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단기간에 그런 용기를 냈는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배운 지식들을 블로그 포스팅으로 나누기 시작했고,

'닥터 라이블리의 푸드테라피'라는 이름을 건 식단상담을 시작했다.



지금만큼 전문성을 갖춘 건 아니지만,

예나 지금이나 환자를 꼼꼼하게 보려고 한 흔적들은 정말 무던히도 녹아있는 상담 파일들.




다행히, 나의 의사공부를 헛 한건 아닌지,

쌓여가는 영양 지식들로,

궤양성 대장염이던 환자분의 식단 조절을 하며, 증상을 개선시키기도 했고.



이유도 모르고 힘들어하고 계시던 환자분의

숨겨진 '갑상선 항진증'을 발견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왔던 적도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건 아마,

그들의 증상들에 담긴 맥락을 이해시키기 위해 A4 가득 담아두었던 나의 설명들.



지금 보면 서툴고, (너무 길고),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나는 그렇게 사람들 곁으로,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그때 썼던 상담파일을 꺼내봤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더라.

귀여워서...ㅎㅎ



과거의 내가 지금 옆에 있다면, 꼬옥 안아주고 싶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불확실하고, 자신도 없고, 힘들었을 시기였을텐데.

이건 다른 사람들도 알아야해!! 하는 그 맘 하나로 지금보다 더 열정적이던,

과거의 내 발자국들을 진심으로 격려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나와 그 시절을 함께해주신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제는 사람들이 내 진료에 대해 물어본다.

내가 하는 방식들에 대해 물어본다.



내가 지금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를 돌아보니,

그저 한발한발 내딛었던 나의 하루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의 주활동 반경인 블로그와 인스타가 아니라,

조용한 이곳에서 귀여웠던 나의 여정들을 조용히 풀어나가볼까 한다!





귀여웠던 과거의 내가 만들었던, 귀여운 상담 파일.



건강 러브레터...^^;;;;

정말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나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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