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라이블리 Aug 23. 2022

건강을 안내한다는 의사가 폭식증?

최근 환자분들 중에 

'강박'이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강박이란,

나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의 순환 고리가 되어,

나를 가둔다.



세상엔 갖가지 종류의 강박이 있다.



사실 어떤 강박은 누군가가 최고의 자리로 오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1년간 내가 해온 매일의 노력이 쌓여 나의 1년의 성적표가 되기 때문에,

어느 하루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마음가짐.




또 어떤 이는 그런다.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을 정말 싫어한다.

계획한 일에서 어긋나는 작은 어그러짐조차 마음의 불편을 야기하고,

그 마음의 불편이 너무 크게 다가와 일의 진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손을 미친듯이 씻는다.



병균이 있을까봐, 사람들과 함께 앉지도 못한다.

내가 이러지 않고도 살았는데,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되버린걸까.

다 부르튼 손이 아프다고 외치는데도, 손씻기를 멈출수가 없다.






나는 '건강한 삶'을 안내하는 의사다.


혹자는 이 일을 '건강한 식단'에 대한 안내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훨씬 더 많은 측면을 다루어야 한다.



먹는 것? 물론 정말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듯이,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 하지 않나.


'마음의 안녕', '정신건강'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래서 얼마전 진행한 건강한 삶에 관한 생활개선 프로그램, '라이블리 프로젝트'에서 내가 다루어야 했던 내용은 식단, 그 이상이었다.


건강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게 당길 뿐이고,

밀가루를 안먹고는 나의 인격을 유지할 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 아닌가.






나는 사실, 환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의사이기도 하다.


나도 꽤 오랜 기간, 폭식증을 겪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미국에서 보낸 대학시절이었다.

영어도 못하고,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인생 첫 좌절감으로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가 일쑤였던 그 시절,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곤, 먹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때면,

미친듯이 달달한 대륙의 디저트들을 사다가 우걱우걱 집어삼켰었다.


때로는 그 삼킨 것들이 살이 되는 것이 너무 싫어 뱉기도 했었다.




나는 이때의 마음이 어땠는지, 아직도 기억한다.


꾹꾹꾹꾹 눌러담아졌던 마음에

작은 일이 생채기가 되어 틈이 생기는 그 순간,

그 틈을 타고 감정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느낌.




다시 한국에 들어와 서울대에서 본과 생활을 하면서도 그랬다.


공부를 해야 하니까, 모든 것을 꾹꾹 눌러담아 살던 나에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는 시험 끝난 날 백화점 지하 1층에서 디저트를 사는 것이었다.


그렇게 디저트를 먹고 나면, 속이 미친듯이 거북하기도 했고, 죽을듯이 속이 안좋은 날엔 토하기도 했다.




외면하며 눌러둔 나의 마음들은

한번씩 그 고삐가 풀리는 날에 어김없이 튀어나와

'식욕'이라는 모습으로 나에게 상처를 입히곤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폭식은 내가 '건강한 삶을 안내하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은 후에도 이어졌다.


빈도가 훨씬 줄긴 했지만, 마지막 기록이 2021년 하반기였다.



(밀가루, 유제품, 설탕 피하라고 매일 이야기하는 내가, 이런 글을 쓸때는... 참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강박'이 있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결국 그들의 마음이 과거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방향과 결이 살짝 다르다고는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계속 외면하고, 꾹꾹 눌러담아온 마음들이 가장 취약한 틈 속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는거다.



나에게는 먹는 것이었다면,

어떤 사람에겐 스스로를 쉬지 못하게 하고,

어떤 사람에겐 계획에서 흐트러지지 못하게 하고,

어떤 사람에겐 공포에 시달리게 한다.



나는 이 문장을 적어두기만 해도,

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폭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만큼,

그들도 그렇지 않을까.



나의 폭식증을 고치고 싶다는 마음에,

정신과 친구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대체 식이장애는 어떻게 고치냐고.


물었을때 돌아온 대답은 조금 절망적이었다.



식이장애는 치료가 굉장히 어렵고,

환자의 히스토리를 아무리 들어봐도, 어떤 약이 들을지 몰라서,

trial and error (다양한 약을 시도해보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다.

그렇게 다양한 약들에 내 몸을 내맡길게 아니라면,

결국 이 방법은 나 스스로 생각해내야겠구나.



참 신기한건,

세상의 길들은 스스로 구하는 자에게 열린다.

나는 그 답을 결국 찾아내었다.



덕분에 나는 더이상 폭식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방법을 함께 할 정도의 단계에 이르렀다.



라이블리 프로젝트를 함께한 분들도 하나같이

'감정적 사고력'을 공부한 이 시간의 이야기들이

건강한 삶을 지속하는 정말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라이블리 프로젝트를 한동한 진행할 수 없는 동안에도,

이 부분만은 나와 같은 식이장애이든, 강박증이든, 다른 마음의 아픔이든,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라 남겨두려 한다.



마음의 실마리가 필요하신 분들은 다음 편 전에,

이 글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혹, 폭식/강박 같은 마음의 아픔이 없더라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이걸 아는 건,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이 문장의 의미를 알게 될거라 확신한다.












작가의 이전글 타협을 모르는 사람이 의사가 되면 생기는 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