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진 여행 계획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여행계획을 논의한 것은 올해 1월쯤부터이다. 일주일간의 요트여행 후 우리는 낙소스섬( Naxos)에서 일주일간 더 머물며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함께 지내는 걸로 계획을 다져갔다. 낙소스섬에 널찍한 빌라도 이미 예약해 두었다.
요트회사와 논의하며 여러 디테일을 상의하고 있었는데, 막내딸아이가 갑자기 청천벽력 소식을 전해왔다. 내가 이미 계약하고 반을 지불힌 요트 임대 사이트인 zizoo라는 독일 회사가 파산을 했다는 거다. 환불을 요청해도 답이 없다며 낭패스럽다고 전해왔다. 너무 기가 막혔다. 여러 번 연락을 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 회사와의 대화는 포기했는데 다행히 결재한 애플페이에서 돈을 받아 환불은 해주었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올해로 88세이신 우리 아버지는 몸은 건강하신데 다리가 약해지셔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신다. 그런데 매우 아주 굉장히 천천히 걸으신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충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올초 만나본 조카 말이 할아버지가 요트에 타셔서 중심을 잡고 뭍으로 오르내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줄 몰랐는데 정말 난처하게 되었다.
둘째로는 요트의 캡틴말인즉슨 4월 초에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 수 있어서 계획한 섬을 갈 수 없게 될 확률이 많고 그때그때 날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비보였다. 어느 섬을 가던지 별 상관은 없었지만 산토리니와 마지막 행선지인 낙소스섬에는 가야 하는데 그것조차 장담할 수없다니 정말 낭패스러운 비보였다.
마지막 결정타는 우리 아버지가 뱃멀미를 심하게 하신다는 거였다. 지난 2-3년 동안 그리스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셨던 부모님을 뱃멀미를 이유로 못 오시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요트여행은 포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아들은 회사의 일정상 딱 4월 초부터 중순까지가 가장 바쁜 시기라고 지난해부터 난색을 표해왔었다. 3월 말이나 4월 말도 괜찮은데 우리가 계획한 딱 그 기간 동안에 몇 차례씩 회사의 투자자들과 프레젠테이션, 미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재정과 기획을 맡고 있는 아들로서는 이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하니 슈슈슉~~~ 김이 다 새나간다. 너무 실망스러워서 다 접어버릴까 했지만 어떻게든 성사시키려고 애쓰는 아이들을 보니 내가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을 접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간의 요트여행은 포기했다.
그때부터 남편과 나는 어떤 섬을 얼마나 여행하면 좋을까 연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