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억

비가 내리는 출근길을 걸으며

by 이제은


비가 내리는 출근길을 걸으며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빗방울들
그 빗방울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작고 큰 초록잎들
저마다 나에게 싱그럽게 인사를 건네 온다

"오늘 아침도 힘내!"

큰 나무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덮어주는
고동색 흙의 진한 향기로 내게 인사한다

"우리도 참 반가워~"

가던 길을 멈춰 서서 그 향기를 받아들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바다가 떠오른다
선선한 바람 때문일까
차가운 아침 공기 때문일까


도시 한가운데서 나는 바다를 만난다
순간 마음 안쪽으로부터
출렁임을 느낀다
벅차오른다

이 반가운 빗방울들도
저 먼 거대한 바다의 일부이니
당연히 바다의 기억을 머금고 있는 것이겠지

내 마음에도 내린다
작고 시원한 빗방울들이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신다
그리고 나에게 일깨워준다
내 안의 바다의 기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