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은 Apr 09. 2024

악수

이제은

고요함 속에서 두 눈을 감고 호흡을 할 때면

어느 순간 주위가 환해지며

다양한 모습의 내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나이도, 머리 모양도, 옷차림도,

심지어 표정까지 제각각인 내가

내 옆에 다가와 살며시 앉는다


우리는 서로를 조용히 바라본다

서로의 눈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서로의 마음에 조용히 귀 기울여본다

“그래, 그랬었구나. 그랬었던 것이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어본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껴안아준다

나는 손을 들어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고

그 작은 이마에 내 이마를 가져다 대고 속삭인다

“뜨거운 눈물들과 울음들 속에서

씩씩하고 아름답게 잘 피어나주어

정말 고마워.”


내 옆에 앉아있던 나이도, 머리 모양도, 옷차림도,

심지어 표정까지 제각각인 다양한 모습의 내가

내게 자신의 작은 손을 내밀며 수줍게 미소 짓는다

나는 분명 키도 더 크고 나이도 더 많은데

그 작은 손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눈물을 글썽인다


결국 굵은 눈물들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할 때

그 작은 두 손이 먼저 나의 손을 감싸자

믿기 힘들 정도로 따뜻하고 푸근한 온기에

고독과 불안으로 지쳐있던 나의 몸과 마음은

한 마리 작은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렇게 한없이 맑고 푸른 하늘을 비행하며

나를 향해  기쁘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드는

다양한 내 모습들을 향해 나도 기쁘게 미소 지으며

온몸과 마음과 힘을 다해 노래 부른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우리 지금 함께 행복하고 사랑하자!”



https://youtu.be/-d-Z_Xs-4kg?si=cw8MlaOsdaQIAtOg



사진 - 이제은




매거진의 이전글 햇빛을 받을 자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