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가을 타기
마음이 깊어져야 가을이다.
시절에 감응하지 못한 채 감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면
아직은 보내주어야 할 이에게도,
맞이해야 할 이에게도 제대로 된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낙엽을 떨구는 대신에 줄기에 단단히 속살을 찌운 나무처럼
가을은 비우는 것이 아니라 채워야 할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 나기가 외롭고 힘에 부치는 것이다.
사람의 속살은 마음이다.
마음은 저 혼자 살이 오르지 않는다.
이별할 사연들을 내보내며 단련되고
새로운 이야기들에게 문을 열어주며 굳세 진다.
그러므로 해마다 시월의 끝자락에 서면
마음에 빈틈이 없기를 바라며 가을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