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처럼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산수국처럼


눈이 편한 날이 그다지 많지가 않습니다. 시력이 나빠져서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보지 않고 싶은 것을 봐야 하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신경이 거슬리는 것들에 둘러싸이는 것은 괴로움입니다. 귀가 맑은 날이 줄어들어가고 있습니다. 거친 소리들이 귓바퀴에 눌러앉아 떨어지지 않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소식은 예상치 못하게 빠릅니다. 듣고 싶은 말은 세심히 귀를 기울여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눈과 귀가 즐거워야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환청에서나 들리는 고운 소리가 항상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바라볼 수 있을 때 꽃은 아름답습니다. 상쾌하게 고막을 울려주는 소리가 정신을 맑게 합니다.


그대가 있어 다행입니다. 산수국의 헛꽃처럼 해로움을 끼치는 것들로부터 눈을 가려주고 귀를 막아줍니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어서 나긋한 목소리로 곁을 지켜주어서 행운입니다. 헛꽃을 두른 산수국이 나비를 유혹하고 있는 산길에서 한걸음 앞서가는 그대의 뒤태를 팔랑이며 따라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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