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배꽃이 피고 있네

새글 에세이시

오늘에서야 배꽃이 피고 있네

예년과 비교하는 버르장머리는

의미 없어진 가늠대일 뿐 버리는 게 좋겠다.

불순한 일기를 예단하는 것이 불경스럽다.

하늘의 마음을 미리 알려들지 말자.

잦은 비가 끌어내린 기온이 꽃피는 시기를

여러 번 붙들고 늘어졌다.

피려다 만 꽃순은 냉해로 발화를 하지 못하고

얼음장 깨지듯 금이 간 채 떨어지고 말았다.

눈치껏 기다린 놈들이 이제야 꽃망울을 터뜨린다.

새하얗게 배꽃이 오늘에서야 피고 있다.

먼저 피는 것보다 때를 잘 맞춰 펴서

열매를 맺는 꽃이 진짜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