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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Mar 28. 2024

동백이 진다는 것은

새글 에세이시

동백이 진다는 것은


동백이 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는 등을 보였다.

더불어 이미 와서 생활 속에 스며들었던

봄기운이 빠져나가고 있던 차라

동백이 떨어지는 날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다.

동백이 지면 내가 너에게 품었던 그리움도

보내줘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

동백은 너에게 순응하기로 했던 영원함이어서

지면 안 되는 상징의 꽃이기 때문이다.

활짝  동백 사진을 거실에 걸어놓고

지지 않을 마음을 동공에 새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너에게 간절하게 원하바란다.

동백이 필 때마다 속절없이 나를 잊지 않기를,

그리하여 어진 동백마저도 오래도록 피어 있기를.

해마다 동백이 피고 질 때마다 절대적 사랑을 지키려 했던

생의 순간들을 내려놨다 들기를 반복하고야 만다.

동백이 지면 안된다는 호들갑스러운 핑계로

마음갈피를 잡으려는 모든 이유가 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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