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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Apr 03. 2024

옷장을 정리하며

새글 에세이시

옷장을 정리하며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옷장의 전면에 걸려있는

두툼한 옷들을 윗도리는 좌측으로 바지들은 우측으로 옮겨 건다.

추웠던 겨울을 안전하게 나게 해 줬던 옷들의 두께만큼

차지하고 있던 공간이 많아서 한쪽만으로는 수용불가다.

시원하게 빈자리가 봄기운처럼 개운하다.

얇은 옷들을 꺼내 옷걸이에 끼워 옮긴다.

가볍고 부피가 적은 옷들이 봄꽃처럼 색깔도 다채롭다.

길지 않은 봄이 지나면 여름을 맞이할 수 있는 

소매가 짧고 바짓단이 가벼운 옷들을 위하여 

수선을 떨며 한차례 다시 옷들을 솎아내야 할 것이다.

옷은 시간의 쓰임에 맞게 정리해서 입어야 한다.

철 지난 옷에 몸을 끼우고 다니는 푼수가 되면 안 된다.

불편할 뿐만 아니라 괴짜가 되어 사람들 틈 속에서 밀려나게 된다.

살아가는 자세와 방법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맞는 방식과 생각임을 고집하기만 하고 

주변을 살피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나를 잘 지켜가며 살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어울림의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자기 정리가 잘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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