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꽃잎 지는 소리가 소란하다
잦은 비에 필 때를 놓치길 반복해서 안쓰러웠다.
엘니뇨와 라니냐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날씨 변덕이 갈수록 종잡을 수 없어졌다.
선심 쓰듯 두어 날 소강상태에 들어간 비소식에
기회를 잡아 핀 꽃들이 한나절동안
서둘러서 자태를 뽐내는 것이 올봄의 꽃잔치였다.
오르락내리락 온도차를 견디지 못한 채
하늘의 무게를 모두 동원한 비가 또 내린다.
빗물이 분홍색으로 물든다.
억울한 듯 기어이 꽃잎 지는 소리가 소란하다.
지나가는 자동차에 달라붙고
망연한 아쉬움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우산 위에도
시절을 탓하는 꽃잎의 시름이 내려앉는다.
손을 내밀어 받아 든 꽃잎들이
벚나무 가지인 줄 알고 생의 기간을 연장하고 싶은 듯
손바닥에서 다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