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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Apr 21. 2024

상견례

새글 에세이시

상견례


새벽녘까지 들리던 빗소리가 날이 밝으면서부터 들리지 않는다. 생경한 하루를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보내야 했다. 늦은 밤까지 이루지 못했던 고단한 단잠이 새벽에서야 가르릉 거리는 코 골음을 불러온다. 새로운 인연을 짓는다는 것은 닫아두었던 마음의 한켠을 개방해야 하는 일이다.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참된 인연이 될 수 있다. 광안대교를 가로질러 온 바람이 굵은 빗줄기를 모래사장까지 밀어 올리는 날씨를 화두 삼아 어색함의 거품을 씻어내야 했다. 때로는 날씨가 마음을 여는 출발이 되어준다. 그날, 이날의 하늘이 어땠는지 특별한 날은 날씨로 기억되기도 한다. 우산을 든 사람들이 광안리 해변을 걷는 모습은 괜찮은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날 즈음엔 서로를 깊은 인연의 사슬로 연결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맺은 인연이 잇고 잇기를 시작하면 거대한 인연체가 된다. 한 사람이 가진 끈적하고 따뜻한 힘이다. 비가 그치고 어제와 다른 해가 아침을 밝힌다. 모래를 파고들었던 빗물이 해가 뜨거워지면 증발하듯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을 어색함을 해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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