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품격
우기 중 흐리기만 하는 날은
고급진 쉼을 선물 받는 것과 같다.
경쾌한 새들의 소리가 수선스럽게 새벽을 깨운다.
백합나무가 우거진 잎사귀들을 신이 나서 비벼댄다.
내일이나 모래, 어쩌면 늦은 오후에라도
장맛비가 다시 이 세계의 전부를 향해
점령군처럼 들이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의 평온함을 놓칠 수 없다는 듯
새들과 나무는 말할 것도 없이
키가 낮은 풀잎들까지도 움직임이 부산하다.
물기를 털어내고 본래대로 몸을 말려내는 중이다.
비가 오는 내내 후줄근하게 젖은 외모를
최대한 원상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일지 모를 비 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품격 있게 자신을 가꾸며 온전히 누리고 싶은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