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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26. 2024

옥수수 삶기

새글 에세이시

옥수수 삶기


수염을 늘어뜨린 옥수수는 늦기 전에 

수숫대에서 분리시켜야 한다.

때를 놓치면 알맹이가 딱딱해져 풍미가 없어진다.

여물었는지를 분간하는 기준은 몸통을 벗어나 

더듬이처럼 태양을 향해 있는 자줏빛 수염의 색깔이다.

여름의 땡볕이 옥수수를 먹음직스럽게 익혀냄으로 

덥다는 불만은 옥수수에겐 모욕이다.

제철 옥수수의 맛에 중독이 되어 

맛나게 익기를 기다리는 이에게 

한낮의 열기를 회피하려 함은 사치다.

속껍데기만 남겨놓고 겉껍질을 벗겨낸 옥수수를

떼어낸 수염과 함께 솥에서 삶는다.

단냄새가 사방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이 뜸을 들이고 있는 

솥에서 시선을 이탈하지 못하게 한다.

다이어트에 진심이었던 이성을 마비시킨다.

참맛 나는 음식은 후각과 시각의 합작품인 것이다.

잘 삶아진 옥수수를 두 손으로 돌려가며

뜨겁게 먹는 식도락은 나잇살이 무서워도 포기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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