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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29. 2024

새벽의 품격

새글 에세이시

새벽의 품격

우기 중 흐리기만 하는 날은

고급진 쉼을 선물 받는 것과 같다.

경쾌한 새들의 소리가 수선스럽게 새벽을 깨운다.

백합나무가 우거진 잎사귀들을 신이 나서 비벼댄다.

내일이나 모래, 어쩌면 늦은 오후에라도

장맛비가 다시 이 세계의 전부를 향해

점령군처럼 들이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의 평온함을 놓칠 수 없다는 듯

새들과 나무는 말할 것도 없이

키가 낮은 풀잎들까지도 움직임이 부산하다.

물기를 털어내고 본래대로 몸을 말려내는 중이다.

비가 오는 내내 후줄근하게 젖은 외모를

최대한 원상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일지 모를 비 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품격 있게 자신을 가꾸며 온전히 누리고 싶은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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